전국 최고품질 '김제생강' 기대 높여
올 봄 남의 땅 5만여평을 빌려 생강을 심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다. 재작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생강농사가 줄지어 흉작을 맞으면서 생강값이 밑바닥을 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뭐라 하건 그의 뜻을 꺽지 않고 자신의 '감'을 믿었다.
"올 가을이 되면 너희들이 나한테 그런 소리 못할 걸?". 그의 생각은 차라리 고집불통이었다.
그리고 지금..., 생강 출하기를 맞으면서 주변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생강이 올해는 품귀현상까지 빚으며 값이 7~8배로 껑충 뛴 것.
그는 10억원이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매출보다 자신의 판단이 그르지 않았다는 점에 더욱 마음이 흡족하다.
흥사동 유장규(65)씨는 그래서 요즈음 얼굴에 웃음꽃이 만연하다.
유장규씨의 농사인생 40여년만에 일궈 낸 올해의 크나 큰 성과는 운이나 요행으로 된 일이 아니다.
나름대로 지난 10년간 생강값을 등락 데이따를 뽑아 꼼꼼히 분석했고, 국내 최대의 생강 출하지 충남 서산을 수시로 드나들며 그 해 생강재배 물량과 작황을 일일이 체크해 왔다.
그러던 그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였다. 타고난 사업가적 기질과 지난 30년 동안의 생강재배에 종사하면서 터득해 온 '감'이 올 해에 승부수를 던지도록 강력한 느낌을 전해왔던 것이다.
올해의 일기와 생강의 시세추이, 그리고 봄이 늦고 가을이 빠른 올해의 절후 특성을 종합해 볼 때 올해는 '확실' 하다는 느낌.
이미 30년전 무우재배에 비슷한 투자를 해 전재산을 거덜낸 경험이 뼈아픈 그로서는 그냥 무시해도 될 느낌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장규씨는 철저한 분석 끝에 얻어진 그의 느낌을 믿었다.
그렇게 이리 저리 돈을 끌어모아 논 5만여평을 임대하고 시내에서 사업하는 아들까지 불러들여 생강농사를 짓도록 한 그였다.
그런 그에게 무려 3억원의 투자가치 이상으로 이제 밭에서 자라나는 생강은 힘들었던 지난날을 모두 덮고도 남을 만큼의 큰 기쁨을 안겨 주고 있다.
우리가 그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그저 때를 잘 만나 배팅에 성공하는 행운이 그와 함께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농업에 경영의 개념을 도입했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씨 뿌리고 수확하는 소극적인 농업개념에서 탈피해 시세와 물량을 꼼꼼이 따져 최소투자로 최대효과를 거두는 완숙한 경영자의 능력을 드러낸 것이다. 그가 흉작을 입던 지난 2년 동안 재배량을 3~4천평 정도로 낮추었다가 올해 그 10배가 넘는 생강을 심었던 사실은 이를 뒷받침 한다.
거기에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우량을 고려해 남들보다 이랑을 좁게 파 생강의 생존력을 높이고, 생강밭 곳곳에 옥수수를 심어 이화명충의 공격을 그곳에 집중시키는 등의 지혜가 덧붙여진 데서 우리는 그의 비결을 엿볼 수 있다.
"근면하고 성실하기만 해서는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모두 거두기 어렵습니다. 이젠 농사도 주먹구구식을 탈피해야 합니다. 여러 데이타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것을 종합해 내는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유장규씨가 밝히는 농업에 대한 견해는 65세 이순의 나이를 무색케 할 만큼 도전적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과 이를 뒷받침 해 줄 정확한 판단력, 그리고 큰 배포는 성공하는 농업인이 갖춰야 할 자질임을 그는 보여 주었다.
현재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김제생강이 전국 최고의 품질이라는 것을 뽑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더 물을 것도 없이 김제생강이라면 1천원씩 더 쳐준다는 말도 있다.
유씨의 성공은 생강영농조합을 결성해 농가소득 증대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관내 생강 농가들에게도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국 최고품질의 생강 산지 '김제'. 그 알싸한 생강 내음과 함께 관내 농가에 퍼지고 있는 기대는 이제 꿈이 아니다.(문의 011-9439-1919)
김재명 기자 kjm@kimjenews.co.kr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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