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무상함 간직한 도심 속 문화유산"


시민들 관심 적고 관리소홀로 방치, 안타까움 더해


관내 문화재를 돌며 그 문화재적 가치와 의미를 시민들에게 소개하라는 취재지시를 받고 지난 30일 교동 성산공원 아래 위치한 지방 유형문화재 제61호 '내아'를 찾아 보기로 했다.


그런데 내아가 어디에 있지? 26년 동안 김제에 살면서도 알지 못했던 무심함을 탓하며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 아저씨도 내아란 곳을 처음 들어본다 했다. 그래서 내아와 같이 지방 유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는 성산 근처에 있는 동헌에 가자고 했다. 아저씬 역시 처음 들어본다며 혹시 향교를 말하는게 아니냐고 했다.


그때 마침 김제문화원에서 펴낸 책자가 있어 사진을 보여줬더니, 그제야 "아! 전에 읍사무소 자리요"하면서 차를 출발시켰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커다란 녹슨 철대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귀퉁이에 버려진 한 쌍의 쇼파와 주차금지라는 표지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줄에 묶인 강아지의 짖는 소리가 내 귀를 쩌렁쩌렁 울렸다. 이른 아침이 아닌데도 사람은 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먼저 맨 앞에 자리한 동헌을 둘러보고 동헌 뒤에 자리한 내아를 둘러봤다. 내아는 지방관청의 안채로 지금으로 말하면 관사와 같은 의미이다. 구전에 의하면 내아는 동헌의 건축연대인 1667년 현종 8년에 지어졌다고 전한다.


약 300년 동안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전혀 손색없이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1974년 지방 유형문화재 제61호로 지정되었다.


내아만의 독자적인 문화적 특징을 살펴본다면 첫째, 현존하는 내아로써 동헌과 인접해 있는 경우는 김제 내아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덧붙인다면 대개의 내아는 동헌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 이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ㄱ자형 모양의 집형태가 아닌 이북이나 충청도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동쪽이 트인 ㄷ자형의 팔작지붕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뛰어난 문화적 유산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또 한번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아는 현재 관리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시청 직원의 부인이 봉사를 자임해 관리해오다 지난해부터는 정년퇴임한 그 직원이 아예 관리를 맡고 있었다.


작년에 심었다는 잔디는 아주 잘 자라 하늘을 향해 뻗쳐 있으며 올해 했다던 담장 공사로 인해 고색창연한 내아와 선명한 색이 뚜렷이 남아있는 담장이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한편으론 무너져 가는 담장을 잘 보수하겠다고 애쓴 사람들의 정성에 가슴 뿌듯하기도 했다.

담장을 휘휘 돌아 화장실 근처에 가니 쥐 시체들이 나를 반겼다. 징그러워 눈을 질끈 감고 화장실에 들어서니 출입문의 고장과 변기의 노오란 찌꺼기가 나를 당황케 했다. 관리인의 말로도 화가, 문인, 학생들이 김제의 문화유산을 찾아 이 곳을 자주 방문한다는데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걸까'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


관리인은 지나가는 말로 시민들과 학생들이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함부로 차를 주차하기 때문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쓰레기 투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관리인 한 사람이 봉사하며 지기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자 시민의식이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뒤돌아 오는 길에 김제문화원에 들러 김병학 문화원장에게 내아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에 대한 말을 듣고 앞으로 내아의 향후 관리 방향과 김제시에 바라는 점에 대해 들었다.


"빈집이 폐허가 되는 것처럼 사람의 발길이 없는 곳은 망가지기 마련이다"는 김문화원장은 "내아와 같은 문화유적지를 시민들에게 적극 홍보하여 내집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방안을 제시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시민운동장이 우리들에게 쉴 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내아도 이제 도심속에서 지치고 힘든 우리들에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내심 기대해 본다.


김성숙 기자 kss@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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