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김제향교'를 찾아


-향교에 들어서니...-


내아에 이어 '김제향교'를 찾았다. 교동에 위치하고 있는 향교는 성산공원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올 9월부터 유림회관을 증축중이어서 그런지 시멘트로 된 벽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2층으로 된 만화루에는 '인륜을 말살하는 가족법개정을 저지하자'란 현수막이 걸려져 있어 요즘 한창 대두되고 있는 가족법개정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다.


-건물구조와 전경...-


향교는 고려·조선시대의 교육기관으로 유현을 모시는 제향공간과 유생들을 모아 강습하는 강학공간을 중심으로 그 외에 제사와 교육에 필요한 부속건물로 이루어졌다.


김제향교는 남북으로 긴 장방형의 대지 안에 2층으로 된 만화루와 명륜당, 대성전이 일직선으로 자리잡고 있다. 만화루를 들어서면 오른쪽에 3칸으로 된 교직사 한 동이 있고 만화루를 따라 돌계단을 오르면 유학자들이 학문을 닦고 연구했던 명륜당이 있다. 명륜당 좌우에는 3칸으로 된 동·서재가 있으며 명륜당을 지나 위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조그만 솟을대문이 있다.


이 대문 역시 3칸으로 되어있으며 별칭으로 '내삼문'이라 부르기도 한다. 내삼문에 들어서면 공자를 비롯한 유학자들의 위패를 모셔 놓고 제사를 지내는 대성전이 정면으로 보이고 좌우로 명륜당과 같은 형식으로 된 3칸짜리 동·서무가 있다. 이렇듯 김제향교는 강학공간 뒤에 제향공간을 별도로 둔 전학후묘의 배치에 따라 지은 전형적인 향교 형태이다.


-향교의 역사...-


향교는 고려 인종때부터 설치되었으나 본격적으로 정착·설치된 시기는 조선시대이다. 서울에 성균관을 비롯한 전국에 362개 향교가 이 때에 설치되었으며 주로 사서삼경을 가르쳤다.


김제향교 대성전도 이 시기인 태조 4년(1404)에 창건되었고 선조 30년(1509) 정유재란때 방화로 소실되었던 것을 인조 13년(1635)에 중건하였다. 그리고 대성전은 정조 21년(1796)에 현 위치로 이전하였다. 명륜당은 헌종 9년(1842)과 고종 17년(1879) 두 차례에 걸쳐 중수하였으며 6·25동란때 소실되었던 것을 1958년에 복원하였다. 또 만화루는 향교의 정문으로 임진왜란때 소실되었으나 인조 13년(1635)에 복원하였고 1964년에 중수한 것이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경내 곳곳에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와 오래된 나무들의 낙엽이 울긋불긋 물들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 주었으며 낙엽이 떨어진 자리에 발을 옮길 때마다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날 기분좋게 하였다.


-지방유형문화재 대성전...-


향교는 많은 유서 깊은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나 문화재로 등록된 것은 김제향교 대성전뿐이다. 대성전은 고려말 안유선생이 중국으로부터 초상화를 가져와 그의 뒤사당에 모셔 놓고 제사를 지내다 태종 4년(1404)에 창건된 것으로 지방유형문화재 제9호로 1971년 12월 2일에 지정되었다.


지금도 음력 초하루날과 보름날에 장의라 불리는 26여명 임원들이 모여 봉심이라는 소규모의 제사를 올리고 있으며 큰 행사로는 일년에 두 번 춘추에 석전대제를 올린다. 석전대제는 매년 음력 2월 초정일(初丁日)과 8월 초정일(初丁日)에 올리며 모든 향교는 성균관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모두 이때에 제사를 올린다. 석전대제때에는 김제에 있는 200여명의 유림인들이 거의 다 모여 제사를 올린다. 3∼4년 전부터 김제에도 20여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여성유도회라는 유림조직이 형성되었으나 아직 활발한 활동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교의 관리와 향후계획...-


향교는 향교재단(성균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하부조직으로 각 지방의 향교에 전교라는 사람을 두어 관리하고 있다. 김제향교는 전직 김제농협조합장을 지낸 이성학씨(교동 72세)가 총 책임을 맡고 있으며 실제 관리는 향교내에 거주하고 있는 관리인이 하고 있다.


지금도 향교에서는 관내에 거주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1년 과정인 한자와 서예, 윤리 등을 가르치고 있다. 입교식은 매년 3월에 하며 입교한 학생들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 수료식에는 100여명중에 30여명 정도만 남는다 한다. 매주 토요일에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수업을 하며 방학중에는 평일에도 수업을 한다. 교사들은 장의를 맡고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성학씨는 "유림회관이 올해 11월에 다 준공되면 한자교육을 초·중·고로 확대하고 장년층과 노년층에게 예절교육과 윤리교육을 강화하여 자녀와 손자들에게 바른 가정교육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전통문화를 계승하면서 현대문화가 발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유림회관은 국고보조 3억원으로 지어지고 있다.

김성숙  kss@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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