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농민단체들의 강경한 시위에 정치권과 정부가 농가부채해결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등 마치 '호떡집에 불난 꼴'을 하는 것이 어쩌면 뒷북치는 것이어서 속이 빤히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과연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는 속담이나 혼줄이 나고서야 정신차리는 듯한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으니 수직적 사고가 수평적 사고로 바뀐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사고의 전환' 인지 실감이 난다.
우리 농촌은 직·간접적으로 모든 국민의 뿌리이며, 수천년동안 호구지책을 해결해온 농민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정상인은 드물 것이다.
따라서 공로자인 농촌의 농민들이 타산이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운 천직을 부득이 계속해야하고 부채의 늪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이 엄청난 농가부채의 책임을 농민에게만 전담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원인과 부채현황 및 해결방안에 대해 다함께 고민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먼저 농가부채의 발생원인을 허심탄회하게 돌이켜보자.
한마디로 농민의 농사기법이나 근면성이 부족한 것보다는 역대정권의 농정정책의 실패에 더 큰 비중이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정부의 입장은 필요한 영농자금을 빌려주고 선진 농사기법에 대한 일부연수를 지원했다고 뱃심부릴지 모르나 타산에 맞는 판로개척이 더욱 긴요한 선결과제이다. 병충해와 잡초를 제거하고 기상, 기후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뙤약볕에서, 비닐하우스 속에서 몸을 던져버리는 희생적인 노력에 대한 보상은 고사하고 인건비마저 보장받을 수 없을 때 애지중지 재배한 농산물의 수확을 아예 포기해 버리는 가슴아픈 사연이 자주 벌어지는 것이 오늘의 농촌 현주소이다.
그러면 농가부채의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되는가?
① 농가수는 1991년 170만2천호에서 1999년 138만2천호로 20% 감소했으나 호당 농가부채는 1991년 519만1천원에서 1999년 1,853만5천원으로 3.6배가 증가하였다.
② 농가소득과 농가부채를 비교해보면 소득은 1995년 2,180만3천원에서 1999년 2,232만3천원으로 겨우 5만2천원 증가한 반면에 부채는 1995년 916만 3천원에서 1999년 1,853만5천원으로 2배이상 늘었다. 또한 농가부채 총액(추정)은 1999년 25조6천억원에서 금년 7월말 현재 39조8천억원으로 급증하였다.
①②의 통계자료는 우리의 농촌이 얼마나 피폐해지고 있으며 농민들이 숨이 막힐 정도로 빚더미에 짓눌리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우루과이라운드(UR)를 계기로 농업경쟁력을 향상시킨답시고 1992∼2001년까지 10년간 42조원의 농어촌 구조개선사업 예산지원에 1995년 이후 농어촌특별세 1조5천억원을 추가하여 대규모의 투·융자 사업을 펼친것이 불운하게도 IMF외환위기를 맞게 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당시 농민들은 모처럼 만져보는 거금에 현혹되어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현상에 휩싸이게 되었으며 설상가상으로 농협이 무책임하게 부화뇌동하였다.
이와같이 미숙한 UR대책, IMF통화위기초래, 농협의 경영마인드 부족, 농산물 가격과 수급정책의 실패, 농업부문의 투자수익률 저조, 농가부채해결의 실기 등은 정부의 농정정책의 실패로 귀결되는 것이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쌀 한톨도 수입개방 않는다고 하였고 김대중 대통령은 농가부채를 탕감한다는 대선공약을 했으니 꼭 실천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농가부채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현상대응적이고 미봉적인 대책이 아니라 농가부채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해야 하며 이에 상응한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여 농심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특히 극도로 어려워진 농촌의 실정을 감안하여 원금을 상당기간 유예하고 최소의 이자만을 상환토록하는 특단의 조치가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각 분야에 소방수(消防水)처럼 퍼붓는 공적자금이야 말로 농민을 살리는데 투입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Consensus)가 형성되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부연하고자 하는 것은 정부의 지원을 아예 차용하지 않았거나 조기상환하여 부채가 전혀 없는 22.4%의 농가들이 형평성 때문에 새로운 불만을 분출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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