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에서 태어나 김제에서 평생 농업만을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이젠 어딜 갈 수도 없겠지만 간다하더라도 제 길은 김제농업밖에 없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도 남다른 강단이 있을 것 같은 나이 쉰아홉의 평생관처럼 그의 말 한마디가 영원한 김제토박이였음을 언뜻 비치고 있었다.
첫 질문으로 부임소감을 묻자 단호하게 "예전같은 부농김제의 부활"을 전제하면서 "김제시민 45%가 농업인입니다. 농가소득의 증대만이 농업인 삶의 질을 높일수 있습니다"며 간단했지만 굳은 의지가 담긴 목소리를 꺼내, 서두에 놓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올해 1월1일 전임 황형 농업기술센터 소장의 뒤를 이어 부임한 장현구 신임소장은 예전 농촌지도소 시절부터 줄곧 36년간을 이곳 김제농업기술센터에만 근무해 온 진정한 의미의 '농업맨'이었을 뿐 아니라 봉남 평사리에서 태어나 한번도 김제외에 이적지 못 가져본 보기드문 '김제맨'이기도 하였다.
농업기술 분야에 오래 근무한 이력에서 얻어진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그리고 인자한 성품과 청렴한 가치관은 지역농업기술 전파의 수장으로서 기술센터 직원은 물론이고 농업관련 관계공무원조차도 신망이 두텁다는 평이다.
그는 이어 "김제쌀이 양 위주의 생산정책에서 벗어나 질을 택해 미질좋은 '지평선쌀'이 되게 하려면 '비료1포 줄이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동절기 휴경논의 2모작 운영만이 농민소득향상의 첫째조건이며 지역특산품 활성화로 수출물량의 증대가 '부농김제'의 두번째 조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울러 농업부산물인 볏짚의 활용방안으로 느타리버섯재배라는 대안을 제시하였으며 수출육성종목으로 방울토마토·오이·가지 등 대일수출품목을 선정해 보이기도 하였다. 일본에서 파프리카 소비량의 60%가 지역수출품인 점을 지적하며 실내저온에서 생육이 가능한 방울토마토를 집중지역육성품목으로 선정해보자는 경제마인드의 섬세함도 함께 보여주었다.
64년 7월 김제농촌지도소 첫근무이래 지난 36년을 회상하며 "나에게 공무원생활 하 여 남은 것 세가지중 첫째가 교동에 있는 18평짜리 집한채이고 둘째가 집사람이며 셋째가 아들놈 세명입니다"고 웃으며 운을 뗀 뒤 "농업경영인회나 농민회 같은 농민단체의 활성화가 선진농업을 앞당길수 있을것" 이라는 농민운동이 나아가야 할 미래지향적 메세지도 잊지않고 전해 주었다.
덧이어 "농촌은 누가 뭐래도 김제시민의 뿌리입니다. 우리 쌀,우리 담배를 우리가 사주지 않으면 이 농촌은 누가 지켜줍니까?" 인터뷰 끝무렵, 그가 던진 이 한마디가 텅빈 지평선 끝자락 위 돌아오지 않는 고향이 되어버린 이곳에, 한줄기 위안의 서광을 우리 모두는 보는 듯 하였다.
오병환 기자 obh@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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