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농민들의 당당한 부채해결 요구



-오인근(김제시의회의원,성덕면)



탁상행정으로 인해 농업생산과 수요를 잘못 추정하여 무리하게 투자를 유도한 농업정책, 강대국의 입장이 관철되도록 농산물 협상에 임한 정부경제관료의 협상 자세, 이윤만 있다면 어디서든 농산물을 수입해 온 재벌을 비롯한 경제인들의 합작으로 인해 이제 우리 나라의 농산물은 민족의 먹거리를 충당하는 지위를 완전히 상실했고 농민들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농산물의 자급자족은 '세계화'나 '농업구조조정'과 대치되는 개념이 절대 아니다. 세계화가 진행되는 지금에도 농산물자급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향되어야 할 과제로 삼고 있다.



'식량의 무기화'는 고전에 나오는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아주 유효한 국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최고의 무기임에 틀림이 없다.



-농가부채 일반화-



그 동안 역대정부는 식량의 자급도를 추락시키는 과정에서 외국산 농산물의 유입으로 인해 농산물생산비가 보장되지 않은 관계로 농민들의 부채가 늘어나고 원성이 높아질 때마다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부채대책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는 동안 몇 번의 대책들이 실효성이 전무했다는 것을 '새 천년' 농민들의 투쟁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잘못된 구조조정과정에서 투입된 42조원 중 상당부분이 농민들의 부채로 남게 되었다

.

영농에 대한 의욕이 많은 젊은 농민일수록 부채가 많은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시책에 동조하여 열심히 일하고 그래서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나와서 부러움을 사곤 했던 많은 농가들이 실패하여 야반도주를 했거나, 부채에 시달리고 애물단지로 전락한 투자시설을 매일 바라보면서 분통을 터트려야만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시설투자를 한 농민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고 일반적인 농사를 경영하는 농민들에게도 홍수처럼 밀려드는 수입농산물로 인하여 적자농사를 계속한 나머지 농가부채는 일반화되어 있다.



-절박함이 농민투쟁 야기-



이런 농업농민의 절박함이 전국적으로 농민의 투쟁을 야기시킨 것이다. 투쟁은 상황의 조건과 상응한다. 고속도로를 차단하고 농기계를 반납하는 농민들의 투쟁은 농민들의 악화된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의 부채투쟁을 접하면서 일부 사람들은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고 나섰고 열심히 일해서 부채가 없는 농민을 견주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하였다.



또한 정부의 지원금을 유용하여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였거나 호화 생활을 하는 사례를 들어 부당성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도덕적 해이'는 게으른 농민들이 짊어진 부채가 아니라면 성립할 수 없는 명제이고, 다른 부분은 전체를 일반화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언급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시행과정에서 세세하게 배려되고 제외되어야 할 사항에 불과하다.



-빚 갚을 수 있는 농업정책 필요-



농민들은 빌려간 자금을 무조건 갚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잘못으로 인해 짊어진 부채이기 때문에 상환기일을 연장해 달라는 것이며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이자율을 낮추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연대보증으로 인해 농민들이 연쇄파산의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연체문제에 대한 정책을 요구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농사를 지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농업정책을 요구한 것이다.

정부는 11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조성하여 부실 금융의 파산을 막아내고 있다.



대우자동차에 관한 자금만도 30조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회수가 불확실한 공적자금을 천문학적으로 쏟아 붓는 과정은 당연시하고 농민의 부채해결에 대한 투쟁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일부 언론은 농촌 현실을 너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0일 '농어업인부채경감특별조치법안'을 의결하였다. 이 내용은 향후 10년 동안 4조5천억의 경감효과를 줄 것이라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 법안은 지난 몇 차례의 부채대책과 다를 것이 없는 임시 방편적인 대책의 일환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농민들이 주장한 가장 중요한 요구였던 '농사를 지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농업정책'은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사탕발림은 이제 그만!-



10년이 가기 전에 농민들이 생산비에서 손해보는 돈이 4조5천억원이 훨씬 넘어 더 큰 농민의 저항에 부딪힌 것이라고 예견하는 것은 지나친 망상일까?



농민들은 김대중정부가 선거 때 공약한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타당성도 없이 주장한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먹거리를 염려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문제해결을 요구했으나 대응 방식을 배고파 우는 어린이에게 사탕하나 물려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다음 대통령선거 때 선보일 사탕을 숨기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선거 때 선뵈는 사탕도 이젠 지겹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