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 무선사(HAM)의 생활-

"CQ, CQ, 여기는 DS4OVT 전라북도 김제입니다." 오늘도 무전기 앞에서 세계를 향한 외침을 하고 있다.

취미생활 중에 유일하게 자격증을 가지고 하는 햄(HAM)생활 무전기의 전파로 전세계의 사람과 안방에서 대화를 하고 사귀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광활한 평야를 가지고있는 우리김제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우리김제..

99년3월, 학창시절부터 동경해오던 햄을 딸과 아들을 데리고 시험을 보러갔다. 옛날 학교 입시 보러 가는 심정으로 출발 초조한 마음을 가다듬고 시험지를 보는 순간 이거 시험문제 맞나? 이렇게 쉬울 줄 알았으면 조바심을 내고 힘들게 하지 않았을 것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스럽기도 했다. 애들은 잘하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도 잠시, 두 아이의 얼굴을 보니 모두 만족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15일후 합격 통지를 받고 자격증을 찾고 체신청에 가서 허가를 신청했다.

그동안 무전기와 안테나를 설치 안테나에 줄을 매고 파이프를 고정하며 마음구석엔 빨리 허가장이 오면 바로 교신을 해야지 하며 설레임이 일고 있었다.

다시 일주일쯤 뒤에 드디어 허가장이 나왔다. 콜사인은 DS4OVT, DS4OVU, DS4OVV 나란히 3국이 허가된 것이다. 무척이나 설레이고 당황된 중에도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잡고 불러보았다.

"CQ. CQ, 여기는 DS4OVT 전라북도 김제입니다." "DS4OVT, 여기는 HL4GKI 김제 모빌 입니다. 가까운 곳 우리고장 김제에서 먼저 시작하신 박용배님이 차량으로 이동 중에 응답을 해오신 것이다. 처음 만난 상대와 이야기하는 중에도 얼마나 떨리던지 지금도 생각해보면 등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리던 때가 있었구나 하고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하루 이틀... 점점 날이 가고 횟수가 늘어날수록 재미가 더해 가는 교신에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많은 교신을 하곤 했다.

김제에서 부르면 서울도 나오고 포항도 나오고 부산·제주, 그야말로 전국이 교신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2달만에 450여국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많이 만나면서 우리고장 김제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적을 찾고 김제시 연감도보고 인터넷도 들여다보고 시청 관광과 까지 다녀보았다. 이젠 어지간한 가이드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김제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사적 111호 벽골제를 시작으로 흥복사, 망해사, 성모암, 금산사, 김제 향교며 성산공원, 입석 줄다리기 등 많은 무선국들이 김제 자랑에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김제 지평선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있었다. 다른 고장의 무선국들은 자기고장의 축제나 행사를 꼭 알려주곤 했다.

그럭저럭 한해가 지나고 2000년 새해가 밝아오며 전파상태가 좋아져서 전세계의 많은 무선국이 교신을 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소식지를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이제 나도 해외교신을 해봐야지 하며 안테나와 무전기의 보강작업에 들어갔다.

HF대라는 안테나도 세우고 무전기를 보강하며 또다시 교신을 하기 시작했다.

"CQ, CQ, THIS IS DS4OVT STANTING BY......"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나오고 유럽의 헝가리가 나왔다. 예문을 적은 대로 읽기도 하고 더듬거리기도 하면서 세계를 향한 몸짓을 시작했던 것이다.

작년 3월에는 제1회 김제시장배 지평선 검도대회의 홍보도 하게되고 5월에는 만 하루만에 350국을만나 교신해서 광주의 무진골 컨테스트의 2위 입상도 하게되었다. 성취감은 그야말로 짱이었다.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차에 무전기를 달고 운행을 하며 사고목격후 신속한 신고와 조치로 생명을 구하기도 하고 명절이나 평상시에도 길 안내를 주고받을 수가 있다.

우리집은 아마추어 자격을 가진 무선사가 4명이나 된다. 남편이하는 교신이 부러워서 아내도 시험을 보고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요즘은 아내에게 무전기를 빼앗기다시피 되어 만져보지도 못하고 있다. 큰애는 이제 대학생이 되어 차에 무전기를 달고 다니며 교신을 하고 둘째는 고등학생이라 핸디만 들고 다니고 있다.

전국이 하나의 생활권이라 경기도에서 일을 보고있는 나도 수시로 집과 교신을 하며 다니고 있다. 한가족 무선국 DS0QU 지평선네트라는 콜까지 취득해서 교신에 더욱더 재미를 느끼고있고 학생차원에선 100%본토의 어학을 공부하는 셈이 되고있다.

가족간에는 항시 대화를 한다는 그런 좋은 점에 힘입어 더욱더 화목한 가정이 되지 않을까?

끝으로 아마추어 햄이 되는 길은 가까운 곳에 있다. 김제시민들의 많은 동참을 바란다.

유지홍 (김제시 죽산면 죽산사진관·홈페이지: htp://my.netian.com/~kimjenet)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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