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이겨야 풍년이든데요."


지난 7일 김제 입석동 선돌마을에서 당산제와 입석줄다리기가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약 350여명이었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모두 발을 동동 굴렸다.


행사장인 입석공원이 도로와 인접해 있고 바람을 막아줄 산이 없는 평야인 관계로 세찬 바람이 여과 없이 사람들의 얼굴과 뺨에 다가와 더욱 추웠었다.


훨훨 타오르는 불길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행해질 줄다리기의 승패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한 시민은 "올해에도 여자편이 이겨 풍년농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휘영청 밝은 달빛 속에 어우러진 농악대의 흥겨운 가락으로 시작된 줄다리기는 한 쌍의 남·녀가 구애하듯이 다가갈듯 하면서도 멀어지고 멀어질듯 하면서도 다가가는 모습이었다.


이 행사는 매년 음력 정월 초에 농악대가 마을을 돌며 각 가정의 수복(壽福)을 빌어 주고 받은 약간의 쌀에 의해 치러지는데 요즘에는 쌀 대신 돈으로 내는 가정이 많아졌다고 한다.


정월대보름날 마을사람들은 아침 일찍 입석에 감겨 있는 줄을 풀어 주위를 말끔히 청소하고 달이 떠오르면 제주(祭主)의 신호에 따라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 줄다리기를 한다.


전해져 오는 얘기에 의하면 여성편이 이겨야 그 해에 풍년이 든다 하여 마을사람들은 여성편이 이기길 고대한다.


그리고 줄다리기가 끝나면 행사에 사용했던 동아줄을 입석에 감고 제주 주관 하에 당산제를 지낸다.


제사가 끝난 후 줄다리기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은 음복(飮福)을 기원하며 달집을 태우고 농악대의 농악소리에 맞추어 흥겹게 즐기며 일년 농사의 풍년과 마을사람들간의 유대를 돈독히 한다.


이 입석 줄다리기는 1981년 10월에 인천(仁川)에서 열린 제22회 전국 민속 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민속놀이이며 지난 1974년 9월에 지방민속자료 제7호로 지정 받았다.


김성숙 기자 kss@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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