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영 경찰청장은 그의 추모비에 이렇게 글을 적고 아리랑의 죽산들녁에서 그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었다.
암투병 사실을 혼자 지닌채, 지난해 '제 3차 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ASEM)의 경비경호업무를 마친 뒤 쓰러진 고 장기택 전 강남경찰서장의 추모비 제막식은 25일 고인의 고향에서 숙연하게 시작되었다.
이무영 경찰청장 및 배희선 전북경찰청장, 그리고 장성원의원을 비롯한 추모인 100여명과 유족 40여명이 오열하는 가운데 죽산면 옥성리 신동마을 그의 묘지에는 그의 업적과 책임감을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졌다.
48년 월촌면 명덕리에서 태어나 원광대를 거쳐 경찰간부후보 24기로 경찰에 몸담은 뒤 95년 총경으로 승진하여 강원 인제경찰서장, 서울경찰청 경무과장, 서울 강남경찰서장을 역임하다 지난해 10월 ASEM 행사가 있기 전 6월에 그는 위암말기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경비경호업무를 맡은 책임자로 자리를 비울수 없다는 책임감에 자신의 병을 숨기고 경비지휘를 도맡아오다 행사폐막 직후 경비상황실에서 쓰러졌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센터에서 ASEM 행사가 열렸고 세계 26개국 정상들의 숙소가 관할지인 강남일대에 밀집한 관계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자기위치를 지켜야 한다며 휴식을 권유하는 가족들의 만류도 뿌리쳤다.
계속되는 항암치료로 빠져나가는 머리카락을 가발로 감춰가며 부하들을 격려하는 등 경찰임무의 귀감이 되었으나 아셈개최 보름전부터는 물밖에 마시지 못할정도로 위암의 진행이 빨리 진행되었다.
아셈 폐막직후 쓰러진 장 총경은 서울 강남병원에 입원하여 8개월여 가까이 암과 투병하다 지난 1월 26일, 54세의 나이로 안타까움을 남기고 끝내 숨졌다.
장 총경은 한 시대를 거쳐오며 저마다 힘겨운 경찰인의 삶속에서도 유난히 어려운 경비분야를 도맡아온 탁월한 지휘력과 성실한 경찰인의 표상이라고 동료경찰관들은 말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제ㆍ사회ㆍ문화의 일번지인 강남의 경찰서장으로서 그는 편안한 일상과는 결별하며 살수밖에 없었다.
고인이 되기전 "아셈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암을 이긴 후 꼭 현역에 복귀하겠다"고 다짐하던 생전의 모습에서 그는 '하나의 인간'이전에 '경찰서의 장'을 먼저 염려하였다는 "참 경찰인'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돌아오지 않는 자리로 그는 먼저 갔지만 남겨진 사람의 가슴안에는 그의 영혼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오병환 기자 obh@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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