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운위와 학부모회, 뭐가 다른가?

학교장의 전횡을 막고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98년 3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 학교운영위원회는 시행 2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학부모들의 낮은 인식과 기득권 세력으로부터의 거센 도전에 흔들리며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진통을 겪고 있다.

그 중 학운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법적으로도 보장된 학운위의 진가와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이들이 적다는 데 있다.

학운위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의외로 학운위와 학부모회에 대한 개념 정립부터가 안되는 현실을 살펴, 먼저 학운위와 학부모회와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교사, 학부모, 지역인사가 3박자를 이뤄 구성된 것이 학교운영위원회인 것을 감안할 때 기존 거의 모든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학부모회와 학운위와의 혼동은 불가피하다.

어차피 둘 다 학부모를 구성원으로 하는 모임인 것 만은 분명한데, 도대체 어떤 점이 다르단 말인가. 나열하자면 학운위와 학부모회는 설치목적, 설치근거, 성격, 구성원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학교운영위원회는 법률에 근거해 그 지위를 보장받고 있는 법정 기구로서 학교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정책결정 과정에서 심의·의결권을 행사한다.

여기서 주목할 문장은 ‘학교운영 전반에 걸친 심의·의결권’이다. 진흙탕 싸움으로 국민을 한없이 실망하게 만들어도 우리가 국회의원을 가벼이 여기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바로 ‘국정 전반에 걸친 심의·의결권’을 행사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설명이면 눈치 빠른 이들은 학운위의 지위가 어느정도 인지 짐작했을 것이다.

　학칙제정 및 개정, 예산·결산 심의, 참고서 등 교육자료 선정, 특별활동 및 특기 적성교육 내용 심의, 학교장 및 교사 초빙, 시설 확충 건의, 학교급식업체 선정 등이 법이 보장하고 있는 학운위의 권한과 기능이다.

반면 학부모회는 학부모간의 순수한 친목도모를 위해 결성된 자율조직으로 학교운영에 개입할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는 점에서 학교운영위원회와 큰 차이를 보인다.

치맛바람의 대명사인 ‘자모회’가 학부모회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지만 학부모회도 학교의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지원하고 노력하는 모임인 것 만큼은 틀림없다. 학운위의 학부모위원을 선출하는 모임도 결국은 학부모회 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러한 사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다만 일부 학부모회 회원들이 학교발전과는 무관한 ‘자기자식만 귀염받게 하기’식의 속된 이기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치맛바람의 폐단이 계속되고 있어 학부모회의 양면성에 우려의 시선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또다른 유형의 학부모회가 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측의 의도대로 조직, 학교장의 친위대 역할을 하는 ‘지역협의회’나 ‘도우미’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관내 모 초등학교에서는 최근 한 학급당 1명에서 3명씩의 학부모를 담임교사가 전화를 걸어 가입시킨 뒤 연 15만원씩의 회비를 걷어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학부모회에는 수많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몇 몇 학부모가 아무리 순수하게 학교발전을 위해 봉사하려 해도 학부모의 목적이 다 같을 수는 없는 것이며 자식을 학교에 두고 있는 입장에서 학교측의 요구를 뿌리치기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며 학부모회의 활동방향도 학운위를 중심으로 힘을 실어주거나 최소한 순수한 친목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대명제가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다음호에는 “학운위 바로알기②- 사립학교 학운위, 무엇이 문제인가” 편이 보도됩니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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