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평장터와 만경장터의 뜨거운 함성-


일제치하속의 속박된 자유를 위해 독립을 외치며 항거하던 선현들의 목소리가 이곳 김제에서 다시한번 울린다.


오직 조국독립만을 생각하며 한 목숨 바친 이들의 투쟁은 민족분단이라는 아픔으로 남아 이들의 죽음을 아쉽게한다.


다시한번 독립을 위한 김제의 숭고한 정신을 잇기위해 3·1운동을 재조명하기로 하자. - 편집자-


강제로 한국을 합병시킨 일제는 정치·경제·문화등 각방면에 걸쳐 식민지 지배체제를 확립시키려 했다.


또한 한국의 경찰권을 장악한 후 헌병경찰제도를 일원화하여 한국민을 감시 탄압했고, 정치,사회단체를 해산시키고 언론기관을 폐쇄하고 애국자를 감시 투옥했다.


국권을 상실한 한국인들은 항일투쟁을 전개하였으나 일제침략을 물리칠 수 없었다.

항일독립운동은 을사조약을 전후로 전개되었던 정신을 계승하고 거족적인 3·1운동의 기반을 닦는 잠재적인 시기였으며, 토지침략 등 각 개인의 대일감정이 더욱 쌓여지는 시기였다.


또한 세계대전의 종결과 윌슨대통령이 부르짖은 약소민족독립의 자결원칙의 영향을 받아 독립주권의 회복을 도모하게 됐다.


이에 1919년 2월 8일에 일본유학생들은 YMCA회관에 모여 독립대회를 개최하여 독립선언문과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가결하여 독립운동에 대해 협의하던중 일본경찰이 대회를 해산시키고 주동학생들을 검거하여 시위행진은 무산되었지만 이러한 일들이 국내로 알려져 1919년 (기미년) 3월1일 천도교,기독교,불교등 종교계의 연합에 의한 운동의 준비가 진행되어 민족대표 33인을 선정하고 서명했다.


민족대표 33인은 최남선이 기초한 일제의 무단통치체제에 대해 항거하는 독립만세선언문이 27일 2만여매가 인쇄되어 28일과 3월1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배포되었고 3월 1일 파고다 공원에서의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시가행진을 벌였다.


독립만세운동은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항일투쟁에 대한 기폭제 역활을 했다.

이처럼 독립만세운동은 김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3월 2일에 김제읍 천도교 교구실에 독립선언서가 도달되어 교구장 공문학은 교인들을 통해 죽산·부량 등 각 면에 배포했고, 인근 마을에까지 전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3월 4일에 김제역 대합실에서 독립선언서 20장의 1꾸러미가 발견됐고, 3월 6일에는 김제읍에서 선언서가 거리에 산포되고 운동이 진행되려 하다가 일제측에 의해 미연에 방지되었지만 산발적인 독립운동 시위가 이뤄줬다.



- 원평장터에서의 독립만세-


그리고 3월 20일(음력 2월 19일) 오후 금산면 원평리 원평장터에서 주민들과 장사꾼 수백여명의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원평장터에서의 독립운동은 김제,만경과는 다르게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수류면 구월리의 청년 배세동은 13일 전주읍 시장에서의 만세운동에 참가하고 돌아와서 수류리에서도 만세운동을 일으킬 것을 결심하고 3월16일에 같은 마을 전도명,전도량,전부명,이완수,김성수 등과 함께 3월20일 원평장날에 맞춰서 만세운동을 결의하고 선언서와 태극기 제작등 준비를 하였지만 정보가 누설되어 익산주재 헌병1개중대 100여명이 투입되어 몸수색과 도로차단을 하는등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오후 6시 헌병대가 퇴각하고 경계가 느슨해지자 산에서 숨어있던 농민들은 미리 준비해 온 태극기를 가지고 장터로 나와 장터의 장사꾼과 아낙네들 모두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이에 일본경찰·헌병들의 무력제지에 의하여 군중은 해산되고 배세동 등 주동자 10여명이 체포당해 6개월에서 1년의 강제형을 당했다.


- 만경의 함성-


원평장터에서의 독립만세에 이어 4월4일(음력3월4일)에는 만경 장날에 맞추어 만경공립보통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만세시위가 있었다.


이날 정오 임창무교사가 3,4학년 생도 전부를 교정에 모아 놓고, 독립의 타당성을 생도들에게 설명한 후 생도들을 격려하고 태극기를 들고 앞장서서 독립만세를 외치자 생도 100여명이 대열을 지어 시장으로 모두 나가 시장에 모인 수백명과 함께 만세를 불러 일대 성황을 이루었다.


비록 순찰중이던 순사와의 승강이가 있었지만 한참 동안을 시장을 돌며 시위행위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제 경찰서의 무장대가 출동하여 폭력으로 제지하자 대열은 해산되고 임창무 등 주동 인물들은 구속당했다.


- 만세운동에 이은 이웃사랑정신-



이뿐만 아니라 김제에서도 독립만세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보다 더 관심이 되는것은 독립운동을 주도한 9명중 8명이 한 마을에 살았고, 이들이 보여준 행동은 우리에게 귀감을 보여주고 있다.


금산면 원평리 어율마을. 당시 이 마을은 40여호가 천수답에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가난한 농촌마을이었다.


하지만 마을 주민 대다수가 동학농민군의 후손들이었고, 특히 만세운동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배세동을 제외한 전도명,전부명,이병섭,전천년,이완수,고인옥,김성수,이병태등 8명이 한 마을 출신이었다.


만세운동으로 9명이 체포된 후 조선총독부 광주지법 전주지청에서 보안법 위반으로 6개월과 1년(배세동)의 실형을 받고 수감생활을 하게된다.


수감생활 중 일제는 억압과 핍박을 가족에게로 돌렸고, 주민들에게는 이들가족의 일을 돕지 못하게 했지만 어유마을 사람들은 일제의 감시를 피해 가장이 부재해 있는 이들의 농사를 대신 지어주며 가족들을 돌봤던 것이다.


다른지역에서는 일제의 핍박이 두려워 실행하지 못한 행동을 어유마을에서 실행하면서 또다른 일제의 만행에 항거를 했던 것이다.


이같은 마을주민들의 헌신적인 행동과 만세운동의 의미를 되세기기 위해 1989년 '원평장터 기미독립만세운동기념비'와 '어유동 농민 기미독립만세운동 기념비'가 1990년 세워졌다.


김태영 기자 kimty@kimjenews.co.kr

자료제공 : 최순식(69·향토사학가·원평)

김병학(72·김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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