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월드컵 열풍이 거세다. 첫 경기였던 그리스전에서 2-0으로 신승하며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결국 최종적으로 16강 진출까지 성공하자 2002년 못지않은 축제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지역 김제도 예외가 아니다. 비록 대도시들처럼 폭발적인 거리응원은 없었지만 곳곳에서 단체응원이 펼쳐진 것을 비롯 삼삼오오 모여서 월드컵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덕분에 활짝 웃은 곳이 있으니 다름 아닌 지역내 배달 음식점들이었다. 특히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하는 '치킨집'같은 경우는 대한민국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밀려드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는 후문. 예약손님을 비롯해 평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주문량이 쏟아지는 바람에 월드컵 열풍을 가장 가까이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이같은 배달 폭주는 주문 후 배달에 걸리는 시간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평소의 경우 치킨을 주문해 배달되기까지 20~30분이면 충분했으나 지역내 상당수 치킨집들은 1시간 이상이 소요됐고 심지어 2시간을 넘기는 곳도 허다했다. 미리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즉석해서 닭을 튀겨야되는 특성상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월드컵 한국전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경기 시간에 따라 매상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던 것.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에 있었던 그리스와 아르헨티나전을 비롯해 밤 11시에 있었던 우르과이전(16강전)의 경우 적절한 시간대로 인해 많은 주문전화가 쇄도했지만 새벽 3시 30분에 있었던 나이지리아전은 높은 관심도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기와 비교해 별다른 이윤을 얻지 못했다.

 늦어도 2~3시면 문을 닫는 지역 치킨집들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알아서 야식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고 치킨집들 역시 무리해서 밤을 새는 강수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되려 다음날을 대비해 일찍 문을 닫거나 아예 쉬어버리는 업소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평소보다는 매상이 나은 편이었지만 월드컵 특수라고 보기에는 초라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경기 결과도 작으나마 영향이 있었다. 2-0으로 승리를 거뒀던 그리스전같은 경우 배달시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1-4로 대패한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소가 많았다. 승리한 그리스전에서는 경기가 끝나도 기쁨을 자축하는 분위기상 늦게까지 어울리는 이들이 많았던 반면 패배한 아르헨티나전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적어도 지역내 치킨집에서 만큼은 '한가위'란 단어를 '월드컵'으로 바꿔 불러도 좋을 듯 하다.

김종수 시민/객원기자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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