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준원 전통문화연구소장 1941년 월성동 출생 동진농조 근무 저서 <벽골제와 도작문화> <오궁과 도성>

 이러한 전통적인 우리 고유문화 속에서 탄생한 것이 벽골제이다. 1700년 전에 만들어진 벽골제는 동양 최초 최대 규모의 수리 시설로서 우리조상들의 선구적 지혜와 웅지로 축조된 훌륭한 문화유산이다. 

 이와 같이 값진 문화유산이 1925년 일제의 만행에 의하여 무참하게 파괴되어 김제 간선수로로 변신해 버렸다. 그들의 것이라면 몇 십리라도 우회하여 만들었을 수로를 벽골제를 두 쪽 내어 우리 문화유산의 말살과 동시에 공사비 절감이라는 두 가지 의도를 가지고 파괴해 버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후 일제가 물러간 뒤에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국이 어수선한데다 뒤이어 6.25 동란이 발발하여 경황없는 세월을 보내다 보니 한동안 문화제를 챙겨 볼 겨를이 없었다. 그 사이 제방은 모경이 확산되고 주택이 들어서면서 벽골제의 모습은 그 윤곽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졌다. 

  다행이 1967년 동진토지개량조합에서 뜻을 세워 벽골제에 사적비를 건립함과 동시에 장생거 주변을 손질하는 등 잠시 미미한 움직임이 있었다. 가시적인 복구공사는 아니어도 이것은 벽골제에 대한 김제 시민들의 인식을 일깨워 주는 중요한 동기는 되었다. 

 그 결과로 뜻있는 인사들의 기대 속에 1975년 봄 1차 발굴 조사가 있었고 뒤 이어 2차 조사를 가을에 하기로 계획 하는 등의 기대해 볼만한 조치들이 진행 되어 갔다. 그러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가을 발굴 조사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그 후 많은 예산을 들여 주변 정화라는 명목으로 조경과 조형물을 만들어 벽골제의 미미한 흔적마저 가리워 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설화에도 없는 단야 이야기를 표절하여 단야각을 만드는가 하면 벽골제와는 관련도 없는 문화비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정말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이것은 파괴 보다 더 심한 문화재의 말살이다. 

  벽골제 설화에는 백룡과 흑룡이 살았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1976년 봄 쌍룡놀이 각본을 쓰면서 벽골제에는 설화에도 없는 청룡이 악룡으로 등장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청룡은 수 천년동안 우리 민족의 수호신으로 받들어 왔다. 중국에 그 근원을 두고는 있지만 통일신라시대의 청룡사상은 미륵신앙과 결합하여 우리 민족의 절대적 신앙의 상징물이었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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