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근 편집국장 hong@gjtimes.co.kr

 민주당 텃밭에서 도내 유일의 무소속단체장이라는 명예와 함께 절대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한 이시장은 선거 기간 내내 시민의 상머슴이 될 것을 자처했고 "초심을 잃지 않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 새로운 김제 100년의 초석을 튼튼하게 다져 놓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때문에 이시장의 민선 5기 출발을 알리는 정기인사에 대해서는 어느때보다도 시민과 공무원들의 관심이 고조됐었다. 취임식 전 기자회견에서도 특정부서에서 대거 승진하는 인사관행을 과감히 개선하고 공명정대한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취지를 단호하게 밝혔었다.

 기자는 지난호 칼럼을 통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승진제도를 확립하고, 유능한 인력을 능력과 형평에 따라 고르게 발탁하는 것이 공무원 조직을 건실하게 운용하는 필수 조건"이라며 "기획감사실이나 행정지원과(구 총무과) 위주로 이뤄지는 승진 관행 개선과 함께 모든 부서에서 고르게 승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현행 근평제도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민선 4기는 초선 시장으로 고위공무원들과 지인들의 의견에 상당부분 이끌려 더러 실수가 있었다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5기에는 시장으로서 자신감도 있고 시민들로부터 신임도 얻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대로 공정한 인사를 하리라 기대했고, 본 기자도 우려는 있었지만 지난호 칼럼을 "이건식시장을 믿는다"고 마무리했었다.

  그러나 민선 5기의 서막을 여는 인사는 첫 믿음을 저버리게 했을 뿐 아니라 "과연 이건식시장의 민선 5기에 희망을 걸어도 될까?"하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현재 이시장은 익산남성고과 남성여고를 포함한 남성재단의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우리시에는 현재 남성고 출신 30여명과 남성여고 출신 10여명 등 40여명의 '남성동문'이 시청에 근무하고 있다.

 이건식시장의 개인적인 모교사랑이야 이해하지만, 이같은 인연이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분명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시장이 민선 4기를 마칠 즈음 31명의 남성고 출신 중 14명이 소위 빅3라 불리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다. 특히 행정지원국장과 행정지원과장(구 총무과장), 비서실장, 수행비서까지 총무부서에는 무려 8명이 포진했었다.

  남성고 출신 행정직 공무원이 24명이므로 3분의 1이 근무한 셈이다. 우리시 전체 공무원수 대비 이들부서의 비율 3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10배인 셈이다.

  이번 인사에서도 남성고 출신 9명이 인사에 포함됐다. 승진이 3명, 영전이 6명으로 이중 6급 담당 2명은 주무계장으로 발령됐고, 행정지원국장과 행정지원과장이 또 다시 남성고 출신으로 재배치됐다. 참으로 대단한 의리이며 결속력이다. 이처럼 판을 짜 놓았으니 다음 인사때도 그들은 소위 '로얄패밀리'로 분류된 공산이 크다.

  시설직(건축) 사무관 승진인사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5년전 겨우 사무관 자리를 배정받은 바 있는 직렬임에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추가 승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열이 바뀌어 승진이 단행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대기발령 성격의 시정발전추진단 전보인사도 형평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무원노조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설치배경과 법적 근거에 대해서는 공무원과 시민들의 시각이 달리 보일 수 있으며, 많은 시민들이 공무원들의 근무기강 해이 및 복지부동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으므로 제도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상태다.

  하지만 대기발령 공무원을 평가하는 잣대가 문제다. 포함된 공무원 중에는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근무에 임한 이가 있는가하면, 업무능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대기발령까지는 하지 않아도 될 공무원이 있다. 반면 허구한 날 출장을 핑계삼아 근무중에 술을 마시고 업자들과 어울리거나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함에도 구제받는 공무원이 있다. 잣대가 공정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시책도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

  열심히 일해 온 공무원에 대한 예우도 문제다. 누가봐도 열심히 일했음에도 근평이 나오지 않는 자리로만 전전하고, 뚜렷한 공적이 없는 후배공무원들이 요직으로 이동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정년이 한참 남았음에도 수십년간 정든 직장을 힘없이 떠나야 하는 한 6급공무원도 슬픔을 어루만져야한다.

  이건식시장을 믿고 싶었다. 그래야 김제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김제 100년의 초석이 겨우 이런 인사라면 김제에 남을 이 몇이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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