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세금을 적재적소에 쓰이도록 감시하고 견제해야할 시의회가 행안부 기준면적 초과로 청사를 리모델링하면서 혈세로 불필요한 집기까지 구입하려 하고 있어 문제다.

  민선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혈세로 호화청사를 신축하고 그에 따른 재정부담이 시민들에게 가중되자, 행정안전부가 이를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자치단체 청사의 면적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의 일부를 개정했다.

  법에 따르면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청사면적은 해당지역 주민 및 공무원수를 고려해 기준면적을 정하고, 면적을 초과할 경우, 매각이나 임대를 해야하며, 1년 이내에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감사나 시정권고 뿐 아니라 보통교부세 감액과 재정적 패널티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기준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미만의 시는 본청사를 1만1893㎡, 의회청사는 1853㎡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시는 현재 본청사가 1만2456㎡, 의회청사는 2587㎡로 각각 정부기준의 4.7%와 40.3%를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재정자립도가 12%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정부예산에 의존해야하는 우리시는 다음달까지 청사면적을 기준에 맞게 줄여야 할 처지다.

  시청의 경우 축소면적이 4.7%에 불과하므로 시청 지하강당을 '공공업무시설'에서 '문화 및 집회시설'로 용도변경을 하면 해결되지만, 시의회는 40.3%를 줄여야하므로 본회의장도 축소하고 평통과 법률구조공단 김제지소, 지평선축제제전위원회 등에 초과면적을 임대할 계획이다.

  행안부가 자치단체에게 검소한 운영을 주문하는 차원에서 칼을 뽑았지만, 우리시의회는 면적을 축소하면서 오히려 이번 추경에서 6억원이 넘는 시비를 리모델링과 집기구입 등으로 확보해뒀다.

  지난달 22일 의결된 추경예산을 살펴보면 청사 리모델링에 5억3천만원, 이에 따른 네트워크공사 3천만원, 본회장 의자 교체 구입 2032만원, 별도 냉장고·TV 등 집기구입에 2508만원이 편성돼있고, 지난달 1억8천만원을 들여 구입한 대형버스의 방송장비 설치비로 500만원이 추가돼 있다.

  시의회 입장에서 '행안부는 면적만 따지니 내부라도 호화롭게 만들자'는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더욱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본회장 의자 교체 구입비이다. 방청석 의자는 12만원짜리 70개에 840만원, 실과장석 의자는 22만원짜리 30개에 660만원, 의원석 의자는 38만원짜리 14개에 532만원이다. 

 시민은 12만원, 간부공무원은 22만원, 시의원은 38만원짜리 의자에 앉게하려는 발상도 가관이지만, 멀쩡한 의자를 교체하려는 의도 또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의자를 교체하는 이유가 '오래 사용해서 낡았을 뿐 아니라 도내를 순회하며 운영하는 의장단 회의 때 창피하다'는 것이다.

  시민을 대표해 머슴을 자처하며 출마했던 시의원들이 설사 의자가 낡았다해도 이를 창피하게 여겨야 옳은지, 자랑스럽게 여겨야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판단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시의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예산심사다. 이를 통해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들은 시민들의 혈세로 멀쩡한 의자를 교체하고 호화로운 리모델링을 하면서 어찌 집행부에 예산절감을 요구하고 견제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시는 이번 추경을 통해 부채가 추가로 100억원이 늘었다. 물론 종자산업을 위한 투자이지만, 빚을 얻을때는 특히 긴장과 절약이 기본이다.

  시의회는 예산을 이미 세웠다해서 무조건 시행하지 말고 절약할 방법은 없는지, 다시 쓸 수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이도록 배려해야 한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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