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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005년 12월과 지난 4월에 두차례에 걸쳐 잠시 빙산의 일각이나마 북한주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평통김제시협의회에서 추진한 통일보리와 통일사료보내기운동이 결실을 보았고 경비는 자부담을 해야 하지만 동행취재를 하는 행운이 주어졌던 것이다.

섣부른 통일은 혼란만 초래할 듯

  처음 방문했던 2005년 12월, 우리가 방문했던 북고성군은 식량과 연료가 부족해 일부 북측동포들은 국수를 찬물이 불려먹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들었고, 난방을 위해 노소를 가리지 않고 나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땔감이 부족해 근처의 산들은 모두 민둥산으로 변해있었고, 5살쯤 돼 보이는 어린이나 허리가 굽은 할머니도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나무짐을 십리이상 걸어가서 지고 와야 했다. 

  같은 피를 나눈 같은 동포인데 우리는 노천온천에서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그들의 두달 급여로 호텔에서 모닝커피한잔을 마시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몇 개의 검문초소를 지나 민간구역에 진입한 우리버스는 이미 버스가 아니라 타임머신이었다.

  소달구지가 지나가고 목탄차가 언덕을 힘겹게 오르고... 핏기없는 얼굴의 동포들은 하염없이 어디론가 걸어가고... 마치 4～50년전 과거로 온 느낌이었다.

  그들의 구호처럼 위대한 어버이 수령동지는 어디에서 함께 하신다는 건지... 퍼주기라 비난해도 좋고 설사 군량미로 쓰인다해도 주고만 싶었다. 손에 낀 장갑도 가져간 달러도 몰래몰래 건네줬지만 부족하기만 했다.

  통일을 원했지만 이대로 통일이 되었다가는 혼란만 초래하겠다는 생각과 통일을 위해서는 차분히 오랜시간 준비해야 할 것이 많겠다는 생각을 같이했다.

  남북의 경제적 차이로 인해 북측동포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 달하지 않으면 섣부른 통일은 서로 이질감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고, 통일에 합의는 하되 서로 일정기간 시간을 갖고 그들이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일단은 나누고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아

  지난 4월 두번째 방문은 16개월 전 방문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당시엔 눈보라치는 겨울이었고, 두번째는 꽃피는 봄이었던 점이 컸겠지만, 첫 방문에서 북측 동포들의 생활을 보고 그저 안타깝고 불쌍하기만 하다는 생각을 갖고 왔다면 두번째는 일부나마 그들과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왔기 때문이다.

  물자가 부족해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굴욕적인 외교나 외세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자존심과 자부심으로 내게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여줬다.

  그들이 가난해서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다는 생각에 다소 마음이 편해졌다.

외압이나 명분으로 남북관계 경색

  최근 2.13 합의이행문제를 두고 우리측이 북측에 제공하기로 했던 쌀지원을 유보함에 따라 장관급회담이 결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2.13 합의는 우리측과 북측,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가 참석한 가운데 이뤄낸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조기에 평화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공동의 목표와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북측은 궁극적인 포기를 목적으로 재처리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하고 IAEA와의 합의에 따라 모든 필요한 감시 및 검증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IAEA 요원을 복귀토록 초청하는 등의 합의를 했으며, 참가국은 북측에 대한 경제, 에너지, 인도적 지원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 조치들은 합의로부터 30일 기간에 미국은 대북금융제재를 해제하고 이후 60일 기간에 1단계 초기조치에 들어갈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30일이 지나도 미국에 의해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에 억류된 북한의 자금 2500만 달러가 답보상태에 머물자, 북측도 합의이행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2.13 합의이행을 미루자 미국은 우리정부에 13차 남북경추위(4월 22일)에서 합의했던 쌀지원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자, 북측은 인도주의적 문제와 2.13 합의 이행은 서로 연계될 수 없다고 반발하며 장관급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통일운동 민간차원에서 번져가길

  이처럼 정부가 미국의 영향으로 무리하게 2.13 합의 이행과 남북관계를 연계시킴에 따라 남북이 경색됐고, 과거에도 정부차원의 남북교류와 지원은 외압이나 명분때문에 난관에 봉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반면 지역사회의 교류는 일회성행사에 그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소규모의 지원 또는 방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남과 북의 동포들이 직접 만날 기회를 통해 통일운동을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아직은 우리지역의 대북교류가 뜻있는 독지가나 일부 시민에 국한돼 있지만, 한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지면서 그 생명의 첫 역사를 시작하듯, 우리지역에서 싹을 틔운 작은 통일운동이 들불처럼 번져 가길 소망해 본다.

홍성근 편집국장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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