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현(18대 총선 무소속 후보.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

 그러다 보니 이름이 알려진 현역의원이 엄청난 프리미엄을 누릴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인지도에서 또 돈과 조직에서 신인들보다 훨씬 우월한 입장에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공적 사적 행사에서 공식적으로 초대받는 입장에 있으므로 대민 스킨십에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혜택을 누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합법적인 것이긴 하지만 불공정하며 편파적인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과 신문들도 보도의 무게를 이들에게 둔다. 기득권을 보호하는 듯한 보도태도는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 된다. 특히 지나치게 정당과 정당공천을 우선시하는 보도는 유권자들의 인물탐색을 방해하는 심각한 편파 보도다. 정치신인들이 혹여 흙속에 묻힌 다이아몬드일지라도 상황이 이렇다면 유권자들이 그것을 진짜 보석이라고 판별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링에서 진 선수가 장외에서 이러쿵 저러쿵 변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며 아름답지가 않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로 계속 유지되고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누군가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건망증을 일종의 병리현상으로 안고 있다. 무슨 일로 들끓을 때는 냄비처럼 끓어 넘치지만 금방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돼버린다. 이렇게 되면 잘못이 고쳐지지 않고 때가 되면 또 되풀이 된다. 따라서 이를 막아보자는 충정에서 이 글을 쓰게 됐다는 것을 너그럽게 헤아려 주시기 바랄 뿐이다. 

  18대 총선은 이례적으로 저조한 투표율을 보여주었다. 특히 전라북도에서 그러했다. 김제완주도 마찬가지다. 이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해야 할 것이다. 뽑아 놓으면 결국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을 투표하면 뭐하냐하는 심리가 반영돼서다. 

  하지만 정치가 국민을 실망시키면 시킬수록 국민은 그 울분을 투표에 반영해야 한다. 설사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보일지라도 미세한 차이라도 포착해서 투표에 반영하는 냉정함을 발휘해 주어야 정치가 나아진다. 기존의 정치시스템이 큰 정치인, 참일꾼을 발굴해내지 못한다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선거에 무관심하면 정치와 정치인은 더욱 국민의 소망과 멀어져 갈 것이 자명하다. 

  언론은 불공정한 선거법과 제도에 안주하거나 관행적으로 추종해서는 안된다. 편파적인 룰(RULE)은 용기와 지혜로 뛰어 넘어 국민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실체적 진실이란 후보들의 인물과 경력 정책 등을 공정하게 보도해 국민들의 선택권 행사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어느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경마식 보도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또한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들을 집중적으로 계도해 투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이번 총선의 50%도 안되는 투표율은 그야말로 민주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수준이다. 선거의 의미를 무색케했다. 이렇게 투표율이 낮으면 돈과 조직, 선거의 잔기술이 승리한다. 새인물 참일꾼은 정치와 정치인이 실망스럽더라도 국민이 마치 벌떼처럼 투표장에 덤벼들어야 뽑혀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선거가 제구실을 하려면 법과 제도, 국민의 참여, 바른 언론 이렇게 3박자가 맞아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더라도 링에 섰던 선수로서는 흥행에 실패한 책임, 준비부족, 정치현실을 능숙하게 못 헤쳐나간 미숙함에 대해 자책을 앞세우지 않을 수 없다. 선거에 진 것은 내 탓이 크고 순서상 그것이 먼저여야 온당하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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