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수/여의주 배 농원 twodice@hanmail.net

  지베렐린 자체는 해가 없다고 한다. 지베렐린은 벼 키다리병의 원인균이 분비하는 화학물질을 여과하여 분리한 물질로 식물체의 모든 조직에 분포한다. 배농사에 이용되는 지베렐린(Gibberellin Acid-이하GA)도포제는 숙기를 촉진하는 GA3와 과실비대와 숙기촉진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GA4및 GA7을 혼합한 약제로서 신고배의 경우 배꽃 만개 후 30일에 열매의 과경에 약25-30mg정도를 발라주고 착색봉지를 씌우면 무처리에 비해 평균과중이 10%이상 증가하고 태양광을 차단한 착색봉지에 의해 과피가 노랗게 되어 약 1주일 정도 수확기를 앞당길 수 있다. 

 특히 올해처럼 추석이 일찍 들어있는 경우 대과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맞추고 명절에 맞춘 조기출하로 고소득을 올리려는 농가에게 지베렐린도포제의 처리는 운명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단지 과경에 발라주고 착색봉지를 씌우는 것만으로 시장에서 최상으로 평가되는 배를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잇 점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지베렐린 도포제의 처리는 전염병처럼 배농가에 퍼졌으며 그로 인해 생산된 배가 시장에 다량 유통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자 나주를 비롯한 배주산지를 중심으로 지베렐린을 덜 쓰자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실제로 숙기를 앞당긴게 아니라 익은 것처럼 보이는 미숙과!

  신고배 재배시 지베렐린처리의 문제점을 보면 ▲첫째, 생산량 증대로 인한 가격하락이다. 

 하품이 생산 되지 않고 상품만 생산되며 이로 인해 전체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공급이 늘게 된다. ▲둘째, 과일의 품질저하이다. 지베렐린을 처리해도 당도는 오르지 않는다. 실제로 익는 것이 아니고 익은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급격히 비대해진 열매는 과육이 푸석푸석해지고 물러지는 스펀지현상이 나타나며 상온에서 일주일 보관 시 부패가 시작되며 이를 피하기 위해 일반 배보다 일주일 먼저 수확하게 되고 당도가 평균에 못 미치는 덜 익은 배를 저장 유통시키게 되는 것이다. ▲셋째, 홍수출하로 인한 가격하락이다. 저장성이 떨어지므로 단기간 내에 일시에 출하되어 제값을 받기 힘들게 된다. ▲넷째, 수출의 부진이다. 저장성이 약한 배를 무차별 선과함으로써 장기간 운송이 필요한 수출에 부적합하게 되어 주문이 줄고 소비를 내수에 의존하게 되어 공급과잉이 된다. ▲다섯째, 양질의 배를 생산하려는 농가의 영농의욕을 고갈시키고 결국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한 배는 농가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수밖에 없다.

  이제 며칠 있으면 지베렐린을 처리하는 시기가 돌아온다. 현재 김제지역에는 일본의 'ㅎ' 제품과 국내회사의 'ㅊ' 제품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존제품가격의 5분의 1가격에 공급되는 중국산 제품이 다량 공급되고 있다. 위와 같은 문제점이 현실로 나타나는 데도 농가가 지베렐린 처리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대과 선호경향으로 그동안 약제를 처리하여 비대해진 배가 도매시장에서 고가에 경락됨으로써 농가수입으로 직결되었고 수출과 수매의 선과장에서도  일반 재배 배에 비해 좋은 등급을 받으며 버젓이 행세를 해왔기 때문이다. 

  어려운 농가의 입장에서는 궁여지책이라지만 이는 마치 언 발에 오줌을 누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당장은 통하겠지만 소비자의 입은 항상 진실을 말하고 냉정한 눈을 가졌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현재 상당수 배 과수원이 행정의 지원을 받아 폐원을 하여 전체 면적이 줄긴 했지만 성목의 증가로 인해 당분간 배생산량은 줄지 않고 가격은 오르기 힘들 것이다. 

 농가 스스로가 지베렐린 사용을 지양하고 배 생산단체 및 행정에서는 수출 배 선과와 산지수매 및 각종 지원에서 지베렐린을 처리한 농가를 제외시키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시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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