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준/본지 서울명예기자 한국스카우트 서울북부연맹 사무국장협의회장

 대부분의 대원들에겐 생전 처음인 일본문화탐방, 가슴 설레며 기다려왔기에 부산항에서 출발하여 현해탄을 건너는 일본행 여객선을 10시간 이상 타야하는 힘든 일정에도 대원들의 표정은 지친 기색 없이 밝기만 하다.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바다를 끼고 같은 문화를 공유한 일본이지만, 전쟁과 침략의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시끄러운 요즘, 일본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본에서의 첫 날, 우리는 임진왜란 시에 일본에 붙잡혀간 조선의 도공 중 한 사람인 이삼평의 묘에 들렸다. 이삼평의 신사까지 마련하고, 도공들을 각별히 예우한 것을 보면, 조선의 백자 제조 기술을 무력으로 훔친 괘씸죄가 조금 가벼워지는 듯 했다. 화려한 색채와 문양이 돋보이는 일본의 도자기를 보며, 타문화를 받아들여 자신의 문화로 탈바꿈하는 재주만큼은 인정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대원들은 사가현립 우주과학관에 찾아가 지구와 우주를 다양한 형태로 체험하였다. 대원들은 달 표면의 중력을 체험하는 문 워크를 하고, 진도 6의 지진을 체험하며, 영하 20℃의 세계의 들어가며 색다른 과학 체험 활동을 하였다.

 나가사키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우리는 원폭의 아픔을 간직한 평화공원을 찾아갔다. 나가사키는 미국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에 대한 보복으로 두 번째 원자폭탄을 투하한 곳이다. 공원 곳곳에는 사람들이 평화를 기원하며 곱게 접은 천 개의 학이 걸려 있었다. 원폭기념관에서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원자 폭탄에 의한 피해의 실상을 보여 주었다. 대원들의 손을 꼭 쥐고, 이토록 끔찍한 전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으로 천 마리의 학을 접고 또 접었다. 

  또한 유황연기 속에서 온천수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운젠 지옥과 집 전체가 화산재에 덮여 지붕만 솟아있는 화산재 마을을 보며 일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졌다. 화산 폭발과 지진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섬나라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일본은 고립된 섬나라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광활한 대륙을 넘볼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분쟁을 유발한 책임은 일본에게 있지만, 어쩐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두 나라는 왜 이토록 화해하기 어려운 것일까? 일본인의 모습은 말을 건네 보지 않으면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인과 흡사한데 말이다. 특히 한국의 어린이나 일본의 어린이나 밝고 티 없는 웃음은 다를 것이 없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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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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