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충원 덕암고등학교 3학년

할머니께

할머니 안녕하세요?

 지금 이 편지를 쓰면서도 할머니의 건강이 걱정스러워요.

  저번에 할머니께서 계신 병원에 찾아갔을 때, 할머니께 반갑게 인사드리지 못해서 죄송했어요. 늘, 활발하시고 목소리 크셨던 할머니만 보다가 그렇게 말없이 누워계신 할머니를 보고 있으니 낯설기도 하고 또 두렵기도 했어요.

  말로만 듣던 중풍이란 게 설마 할머니께 일어날 줄이야...

 처음 그 사실을 듣고 그 소리를 머리로 이해하기도 전에 가슴이 먼저 알고 철렁 바닥으로 한없이 추락했어요. 그리고 왜 하필 우리 할머니일까? 하는 생각이 수도 없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맴돌았어요. 

  늘 저를 향해 다정하게 웃어주시던 할머니의 미소, 제가 잘못했을 때 호통을 치시던 할머니의 모습, 할머니께서 한 손 가득 챙겨주셨던 과자, 어느 것 하나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버렸어요. 할머니 뵈러 가기 전에 울지 않으리라 그렇게 다짐은 했는데도 말이에요. 제가 울면 지금 말 못하시는 할머니께선 더욱 마음이 아프시리란 걸 알고 있었지만, 바보같이 울고 말았어요. 할머니 죄송해요. 그 때는 마음 아프셨죠?
  이제는 할머니 찾아갈 때마다 밝은 미소만 보여드릴게요. 할머니의 퉁퉁 부은 손을 보고도 울지 않을게요. 그 대신 할머니 손을 살며시 잡고 잠시나마 할머니께서 기뻐하실 수 있도록 재밌는 얘기 많이 들려드릴게요.

 할머니께서 입원하시고 난 뒤, 할머니의 빈자리가 얼마나 크고, 제가 정말 못된 손자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손자에게 용돈 한 번 더 주시려고 커피 좀 타주라고, 속눈썹이 눈을 찌른다며 뽑아 달라고 저를 늘 찾아오셨지요. 그 땐 짜증만 부리고 할머니께서 주시는 용돈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지금 저에게 가장 필요한건 활발하셨던 할머니의 모습, 하나뿐입니다. 아참! 할머니 그거 기억나세요? 제가 어렸을 때 몸이 약해서 자주 괴롭힘을 당할 때, 그 때마다 할머니께서 수호천사처럼 절 보호해 주셨잖아요. 

  그 때는 어찌나 할머니가 든든하고 자랑스럽던지, 그 덕에 제가 기죽지 않고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를 때린 형들을 혼쭐 내주셨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형들이 돌아가고 난 뒤, 저를 안고 조그맣게 흐느끼셨지요. 그 때는 왜 그런지 몰랐지만, 이젠 알 것 같아요. 사실 할머니께서도 평소엔 낼 수 없는 용기였지만 저를 위한 마음에서 그런 용기가 우러나왔음을. 그리고 우리 손자가 좀 더 용감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안타까움의 눈물임을...

  할머니! 이젠 할머니께 재롱부리고 마냥 바라기만 하는 손자가 될 순 없지만, 앞으로는 할머니를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할머니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그런 손자가 될게요. 이젠 제가 할머니를 보호해드릴게요. 그러니까 할머니, 저 때문에 속상했던 마음, 제가 다시 기쁘고 뿌듯하게 말들어드릴 수 있도록 건강해지셔야 해요.

  할머니 사랑해요.

  이렇게 편지를 끝내고 싶었는데... 꼭 그러고 싶었는데......

  방금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난 뒤 다 쓴 줄로만 믿었던 편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가 이 편지를 쓰고 있을 때 할머니께서는 머릿속으로 제 이름을 계속 부르시다가 한스럽게 돌아가신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꼭 이 편지를 할머니 앞에서 읽어드리고 싶었는데.....

  할머니! 이젠 하나님이 계신 천국으로 가셨겠네요? 결국 할머니께 저는 효도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못된 손자로 남게 되었지만 앞으로는 할머니께서 생전에 하셨던 말씀대로 교회도 잘 다니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들을게요.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며 할머니의 행복한 미소를 떠올려도 되죠?

  오늘부터는 할머니 모습 하나하나를 마음속에 심어서 매일매일 가꾸어야겠어요. 할머니도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많이 응원해주셔야 해요.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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