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석 김제 검산동 출생 전남오페라앙상블 지휘자 루마니아 오라데아 필하모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통영 출신 음악가 윤이상 선생님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처음 시작되었던 축제는 회를 거듭하면서 아시아, 태평양을 넘어 이젠 유럽까지 그 참여 범위가 점차 넓어지면서 동양과 서양 음악의 문화 교류의 장으로 의미를 더하고 있다. '동과 서'라는 제목으로 치러진 이날 개막공연은 2011년부터 3년간 예술 감독으로 선임될 지휘자 알렉산더 리브라이히와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아시아의 젊고 재능있는 작곡가들의 창작곡과 윤이상의 실내교향곡을 연주해 청중들에게 음악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보여 주었다. 

 항상 아름답고 듣기 좋은 기존의 멜로디에만 익숙해있던 청중들은 이날 새롭게 시도되어 낯설고 다소 불편함을 주는 현대음악이 연주되는 동안에도 그 창의성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실험 정신에 깊이 감동하여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감상하고 열띤 호응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지정학적 위치의 시골 소도시에서 이렇게 문화 수준이 높은 관객을 접하고선 내심 놀라움을 금할 길 없었다. 

  이 개막 연주를 시작으로 지난 2일까지 모두 17개의 수준 높은 공식 공연이 펼쳐졌으며, 공연마다 60%의 외부관광객과 40%의 통영 시민들이 음악회장을 가득 메웠다. 마침 개관을 앞둔 내고향 김제문화예술회관도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영은 이 정식 공연 외에도 매해 전국에 걸친 시민들의 참여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TIMF 프린지 공연이 시내 곳곳에서 펼쳐져 수많은 사람들에게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예술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는 프린지 축제는 그 이름답게 클래식에서부터 재즈, 락, 종교음악에 이르기까지 제한없는 여러 장르의 음악이 직업, 나이, 성별, 수준에 관계없이 구성된 135개 팀에 의해 185회 무료공연으로 펼쳐졌다. 작게는 동네 교회에서부터 전문적인 음악 홀까지 도시의 곳곳에서 전국의 아마추어와 프로들이 모여 프린지의 특징을 잘 살려내는 공연을 하고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공연에 초대받은 연주자들이 행사 후엔 관객이 되어 공연을 활성화 시키는 주체가 되고 후엔 관광객이 되어 통영을 기행하면서 결국은 통영의 이미지와 수산물 브랜드를 전파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에 행사의 주체자인 통영 시민들은 공연의 자원 봉사자로, 때로는 공연의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그 친절성과 수준을 외부인 에게 각인시키고 그 이미지를 높여가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공연과 소공연을 막론하고 객석을 꽉 메운 문화소비자들 중 40% 가량이 통영 시민들로 문화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주체가 일반 시민들이라는 점이 참으로 특별해 보였다.

  이 곳은 일찍부터 천혜의 자연 경관과 풍부한 수산 자원과 같은 문화 자본력의 근간이 되는 조건들이 갖춰져 있는 곳으로 삶을 향유하고자 하는 지역의 일반인들에 의해 수많은 동아리와 예술 단체의 활동이 활성화된 곳이며 이미 여러 분야에 유명한 예술인들이 수없이 배출될 정도로 문화적 수준이 높은 곳이다. 

  평범하고 획일화된 것을 싫어하는 일반 시민들의 높은 문화 의식 때문인지 다른 지역과는 달리 현란한 현수막이나 광고물도 자주 볼 수 없었고 그래서인지 더욱 깨끗하고 조용하면서 소박하지만 풍성하게 축제를 치르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때마침 시내의 소광장에선 굴축제가 열리고 있었는데 전국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수협에선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굴탕수육, 굴튀김, 굴회무침, 굴떡국, 굴훈제 등 각종 굴요리를 장만해 무료로 종일 나눠 주었고 관광객들은 그 맛과 인심에 반해 다시 굴을 대량으로 구입해 결과적으로 통영은 관광도시로 거듭 이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자비를 들여 아파트 외관을 특색있는 도안으로 장식하고, 산동네 판자촌의 벽을 전국의 화가들이 아름답게 꾸며 놓은 곳,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 수십 개의 섬이 이룬 장관을 보며 이순신 장군의 한산 대첩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곳, 국제적인 축제를 치러내기 위해 2년 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하는 곳, 숙박업소나 식당, 택시 기사까지도 축제의 주체자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친절과 관심을 표현하는 이 곳. 

  호수 같은 바다를 품은 자그마한 어촌에서 그 특성을 살려 조용히 치러지는 이 곳 행사들은 획일적인 여느 지역 축제들과 달리 차별성을 두어 성공한 수준 있는 문화 행사의 표본으로 자리 매김한지 오래다. 

  문화를 향유하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문화를 팔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진정한 축제'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우리의 지평선축제과 새로운 문화예술회관의 나아갈 방향이 오버랩되었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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