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광수 신풍동·공무원

 출발시각이 다가온다. 어느 새 출발하기로 한 장소에는 여러 가족이 먼저와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모두가 조금은 들뜬 표정으로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조용히 담소를 나누며 출발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가벼운 목례와 함께 자리를 잡고 기다리니 드디어 출발. 지나가는 차창밖에는 아직 잠에서 덜깬 아이의 눈처럼 살며시 감은 듯 풀린 벚꽃망울들이 곧 터질 듯이 꾸벅 거린다. 

  차는 5시간여를 달려 '김유정역'을 거쳐 문학관에 도착했다. 지나가는 바람을 잡으려는 듯 조그만 간이역에는 바람개비가 조용히 돌고 있었다. 아마도 유정선생님이 마치 간이역 대합실에 기대어 앉아 졸고만 있는 듯한 작은 착각을 느끼며, 이곳 저곳을 살펴보며 사진 촬영을 마친 뒤, 문학관에서 그의 인생과 문학의 세계에 잠시 빠져본다.

  고등학교 시절 입시에 쫓겨 그의 작품하나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 오늘은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처럼 유정선생을 부여잡고 그의 숨결과 삶을 느껴보고 싶다.

 잠시 시간이 흘러 이제는 '효석선생'을 만나러 가야 할 시간이다. 너무나 보고 팠던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 선생. 얼마나 멋지고, 살아 숨쉬는 문장들인가! 상상속의 메밀꽃을... 효석선생이 어릴적 살고 자라며 거닐었을 메밀밭과 바람과 숲이 모여 앉아 따스한 4월을 얘기했을 그 산과 들을, 나도 느껴보고 싶었다. 드디어 효석문학관. 문학관은 정말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멋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탁 틔인 경관 넓은 대지에 메밀 밭이 펼쳐져 있고 예스러운 경치를 다 간직한 건물들은 우리를 마치 그 옛날 시골 장터로 이끌어 가는 듯 했다. 어느새 하늘에 별이 총총 떠있고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하루는 우리를 꿈나라로 인도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식사 후, 우리는 어머니의 혼과 정신이 깃들어 있는 오죽헌에 도착했다. 

 너무나 멋진 곳이다. 신사임당! 그 이름만 들어도 경건함이 옷매무새를 고쳐 잡게 하는 듯 하다. 단아한 듯 사뿐히 내려 않은 오죽헌에는 오죽이 그 곧곧함 만큼이나 기세좋게 둘러싸여 있다. 오죽은 우리선조들의 기상이며 율곡 선생과 사임당의 정신 그 자체이었으리라. 이 떨림 이 기분 오늘 오죽헌을 본 것만으로도 우리 아이들과 우리에게 커다란 선물을 내려 주었음을 감사하며 아쉬웠던 마지막 일정을 뒤로 하고 서둘러 귀향길에 올랐다. 

 김제에 도착하니 어느새 만개한 벚꽃이 우리의 문학기행을 축하하며 흩날리고 있었다. 1박2일 동안 일행들을 위해 애써주신 '즐거운 봄' 박덕순 회장님과 총무님, 그리고 문학기행에 함께 하며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또다시 이런 소중한 여행길에 오를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지길 희망해 본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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