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초등학교 부장교사 장인선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로 구성된 42명의 중국 방문단 일행은 지난 7월27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산동반도에 위치한 청도시(칭다오시)를 찾았다. 김제초와 청도조선족학교는 상호 이해를 도모하고 문화체험에 협력하기로 교류 협정을 맺고 현지 학교 선생님들의 세심하고 따뜻한 안내를 받으며 청도시 일원의 탐방을 통해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즐겁게 체험하며 학생들과 뜻 깊은 국제교류학습을 체험했다.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설레임으로 아이들처럼 들떠 있었지만 이번 체험학습 계획을 세우고 학생들의 인솔하는 터라, 학생들에게 보람있는 체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함께,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무거운 마음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새벽을 달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아침 8시 중국항공편에 올랐다. 정원이 150여명이나 될까한 자그마한 항공기 오르자 중국말을 쓰는 중국인 스튜어디스들과 마주쳤다. 벌써 중국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강한 느낌을 받는 순간이었다.

  비행기는 한반도 상공을 높이 올라 드문드문 섬들을 끼고 있는 서해 바다 상공으로 날아 올랐고, 방문단 일행은 비행기 날개 아래 펼쳐진 바깥 풍경을 보며 탄성을 지르는가 하면 입국카드 작성으로 분주했다. 이렇게 1시간여를 날아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는가 하였을 때는 벌써 청도공항에 가까웠음 방송하고 있었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서해를 건너 이웃하고 있음에 사람 사는 것이 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지만 단촐한 붉은색 기와지붕으로 줄 지어 늘어선 농촌 마을이 공산권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선입견과 맞물려 여간 특이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었다.

 청도공항에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은 것은 큰 체구의 청도조선족학교 김장웅 교장선생님과 청도농업대학교 이종수 교수님이었다. 우리가 청도조선족학교와 인연을 맺은 것도 학부모인 장수용 씨가 전북대학교 학위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청도농업대학 이종수 교수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는 소개를 들은 터라, 더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원래는 청도조선족학교를 방문하여 교류협력 협정을 맺고 홈스테이와 기숙사를 제공 받아 체험학습을 하기로 하였으나 중국당국의 신종풀루 경계 강화 조치로 외국인과의 단체 접촉이나 교류를 중지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해서 일정이 변경되었음이 조금은 아쉬웠다.
  방문단이 탄 버스는 50여 킬로미터를 달려 한적하고 깨끗한 해변에 위치한 중국 전자회사 연수원에 도착했다. 이곳은 연수원이라고 했지만 호텔처럼 이용할 수 있는 객실을 갖추고 있어서 수속을 밟아 투숙했다. 비록 규모 있고 호화로운 호텔은 아니었지만, 황해(서해)바다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노산줄기의 웅장함과 신비로움이 손에 닿을 듯 지척으로 바라다 보이는 단아한 호텔이었다.

  첫날 오후 우리 일행은 노산 북구수의 절경을 탐방하고, 저녁 시간에 세미나실에서 두 학교간 상호 교류학습 협정 조인식을 가졌다. 우리의 태극기와 중화인민공화국 오성홍기를 앞에 놓고 가진 민간 교류 협정식 이었지만, 모두 긴장하고 엄숙했다. 1992년 우리나라와 수교 이후 정치, 경제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개혁개방이 되어왔다지만, 중국을 처음 방문한 나는 무엇보다도 붉은색 오성홍기를 보는 순간 여기가 공산권 국가라 사실에 잠시 전신이 굳어질 수 밖에 없어 "내 자신이 그만큼 개방과 개혁 앞에 보수적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를 안내해준 청도조선족학교 교무주임은 꾸밈없이 소박한 친절한 분이었다.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이곳에 사는 조선족들은 남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며 이념적인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다행이도 그는 중국에 사는 조선족들은 남북한 체제에는 전혀 편향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으며 오직 모두 동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안심 할 수 있었다.

  우리 방문단은 현지 교사들의 세심한 배려로 청도시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신호산 전망대, 반제국주의에 항거하여 만세운동을 펼쳤다는 5·4광장, 1898년 개항을 요구하는 독일에 맞서 싸웠다는 잔교 유적지, 기후와 물이 좋아 번창하여 오늘날 까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청도맥주 박물관, 그리고 대규모로 만들어진 해양 동물원 등을 두루 탐방하면서 중국의 언어와 글자, 생활모습 등 문화를 체험했다.

 중국의 개혁개방 30년을 맞았다는 오늘, 많은 외국자본이 들어와 반달 모양의 깨끗한 해변을 끼고 돌며 즐비하게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각양각색의 빌딩 숲을 보며 넓은 국토와 12억 인구로 무궁한 가능성을 지닌 중국의 발전상을 한눈에 보기에 충분했다.

 셋째날 교장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어렵게 청도조선족학교를 방문했다. 때마침 여기도 방학인지라 학생들이 없는 학교는 한가하기 그지없었다. 

  청도조선족학교는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급속한 도시발전과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이곳 청도에 연변 등지에서 이주한 8만여 조선족 2,3세대들이 우리말과 글을 모른 채 한족에 동화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민족혼을 고취하고자 조선족 모임의 후원을 받아 2000년도에 세운 사립학교다. 이 학교에는 조선족 유치원과 한국어학원이 부설되어 있으며, 400여명의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영어에 중점을 두고 전통 예절교육과 민족혼 함양에 힘쓰며, 세계화를 지향하는 높은 기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교장선생님은 "민족교육을 위한 한국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어 아쉬움이 있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또 민족교육이 목말라 우리글과 말, 그리고 민족전통을 자녀들에게 가르치고자 50~60㎞의 거리에서 이곳 까지 통학을 시키거나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우리의 관심과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낯선 이국에서 이 곳이 민족교육의 산실 임을 생각하며 나는 깊은 동족애를 느끼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어린이들에게 국제 이해와 협력을 통한 국제적 안목을 기르고자 청도 조선족 학교와 맺은 국제 교류 협력은 이웃나라 중국의 문화를 일부나마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과 특별히 우리와 핏줄을 나눈 조선족 동포들의 힘겨운 민족정신 함양에 쏟는 열정을 체험하는 감동의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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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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