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윤경 책읽어주는 어버이연합회

 전화를 받아보니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문학기행을 갔는지 궁금했던 동네언니가 걱정반 부러움반으로 이야기한다. 밤사이 눈이 많이 와서 긴 시간을 이동해야하는 일정이 취소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톨스토이와 푸시킨을 생각나게하는 설경...조금 서둘러 출발합시다" 눈 앞에 창문을 가져다주는 듯한 문자에,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서둘러 목도리를 두르고 눈을 밟으며 새마을문고로 갔더니, 추위를 녹여주는 따뜻한 커피한잔. 초등학생를 데려온 사람도 있고,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데려온 사랑이 넘치는 엄마도 있었다. 사람이 꽉 찬 관광버스 안에서 내 옆에는 글쓰기를 즐겨하거나 업으로 삼을 것 같은 여자분이 앉았다. 

  온통 흰 눈에 싸인 도로는 추위서 창을 볼 때 마다 성에를 닦아내야 창밖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최고 경지에 오른 화가의 수묵화, 하얗고 검은 단색의 산수화가 계속 이어지고 변하고...

  인심좋으신 분의 정성가득한 찰밥과 김치를 먹으며 훈훈하게 피어난 이야기 꽃에, 길 것 같던 3시간이 30분처럼 지나갔다. 오후 12시 40분, 진해에서 구수한 다슬기 된장국에서 초록색 봄을 건져 먹었다.

  다시 차를 타고 해군작전사령부를 휙 지나…진해군항 문화탐방이 이어졌다. 이승만대통령별장에서는 방석만한 크기의 비밀통로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지나간 방에, 햇빛가득한 창옆에 놓인 까만 드르륵 돌리는 전화기가 예쁜 추억같았다. 사실 그 전화기를 통해 이야기된 말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일텐데...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을 구경할 때는 위쪽의 작은 기념사진들 중에 고김대중대통령과 이명박대통령의 방문사진이 있는데, 같은자리 다른 느낌이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1999년에 재건조된 실제 거북선에 들어가 복원된 노, 닻을 실제 보고 뒷간까지 생생하게 보며, 학교에 있을 울아들이 좋아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차를 타고 창원 이원수아동문학관으로 출발, 20여분이 지나 차에서 내려 걸어 올라갔다.

  '고향의 봄 도서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이원수문학관에는 아동문학과 이원수선생님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직원분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고향의 봄의 노랫말을 쓰신 동원 이원수 선생님, 동요, 동시, 동화, 소년소설, 아동극, 수필, 시, 아동문학 평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56년간의 작품활동을 통해 994편의 방대한 문학작품을 남겼다. 작품속에서 아동은 현실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는 실재 아동이며, 스스로 모순과 싸워 이겨나가는 힘있는 모습을 가졌고, 동화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보여주고 아동스스로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비전을 실현하려 하였다. 

  전태일열사의 이야기를 담은 <불새의 춤>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누구보다 민감하고 빠르게 현실을 반영해 낸 이원수의 소년소설에는 우리 아이들이 민족의 아이들로 자라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아동문학입문>등의 평론을 통해 아동이야말로 그 타고난 천품으로 온갖 것을 풀어 내놓을 수 있는 위대한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가리지 않고 보여주고 주목한다. 그래서 그를 '아동문학의 거목', '삶과 글을 통해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준 거울'이라 부른다." - 라고 직원분이 정열적으로 이야기해 주셨다. 

  <고향의봄>에서 꽃대궐로 표현된 곳은 근대추상조각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우성 김종영 선생의 생가였다. 문학과 미술사의 큰 인물들이 자란 곳이니 명당자리겠지? 라고 기대하며 따라나섰다. 재래시장 한가운데를 지나 조금 걸어올라간 곳에는 빌라와 도로에 몸을 잘리었어도, 아직도 당당한 한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멀리 김제에서 왔다니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께서 문을 열어주셨다. 저물어가는 햇빛을 넉넉히 품에 안는 정원은 다른 세상 같았다. 개나리보다 먼저 피어있는 노오란 어사화가 이곳이 범상치 않은 곳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돌아올 길이 멀어 출발하는 우리를 보고 다음에 또 오면 이원수선생님께서 마산 살 때 첫사랑 종순이와의 이야기도 해주신다고....다음에는 아이들과도 함께 와야겠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 큰 사람과 작은 봄꽃들을 보고 오니 새봄이 더욱 기다려진다. 김제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큰소리로 함께 부른 <고향의 봄>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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