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혁

 지갑을 주워보니 상당액의 현금과 카드 및 신분증이 들어 있었다. 근처 파출소에 가져다 주려다 신분증을 보니 분실자가 마침 비사벌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어, 애가 탈 것을 염려해 빨리 찾아주기로 마음먹고 비사벌아파트로 찾아가 경비실에 연락해 주인에게 지갑을 돌려줬다. 지갑을 돌려주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자리는 떴다. 

  지갑을 잃어버린 줄만 알고 난감했던 지갑주인 한ㅇㅇ씨는 뜻밖의 천사(?)에게 제대로 감사인사도 못하고 겨우 사라져가는 택시의 번호판만 기억해 뒀다가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왔다.

  "습득한 지갑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상당액의 현금도 들어있어 쉽지 않은 일이고, 잃어버린 사람의 애타는 마음까지 고려해 빠른 시간내에 직접 찾아온 것이 너무 고마웠다"는 것이다.

 금만택시사에 연락해 홍성혁씨에게 전화를 걸어 취지를 얘기했더니 "별일도 아닌데 뭐 그런일로 신문에 내냐"며 그냥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침 기자와 종씨인데다 학렬도 같아 다짜고짜 위치를 물어 김제역으로 찾아갔다. 첫인상은 그리 친절해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대화를 하며 그의 따뜻함을 엿볼 수 있었다.

  홍씨는 1971년 신풍동 김제여고뒤 소속골 출생인 김제 토박이로 1995년부터 택시운전을 시작해 15년째 무사고로 성실히 근무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진즉 개인택시면허를 취득해 사업자가 되었겠지만, 시가 중장기 공급계획에 의거해 2004년 이후 개인택시 신규공급을 중단함에 따라 회사택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 4만5천원을 회사에 납입해야하고, 가스비 3만원을 잡으면 하루 8만원을 벌어야 본전치기지만, 인구가 줄고 자가용은 늘어버려 열심히 뛰어야 조금이라도 수입이 될 수 있다.

  갈수록 수입이 감소해 택시를 그만두고 싶어도, 15년 무사고 경력이 아까워 '혹시나 개인택시가 다시 풀릴까'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의 선행은 이번 만이 아니다. 지갑, 귀중품을 찾아 준 것은 물론 노약자를 모시는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같은 선행으로 도지사 표창과 도경찰청장 표창 등 많은 상을 받았다.
  현실은 어렵고 희망은 멀지만, 그래도 힘이 되는 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조기축구회와 그를 불러주는 단골고객의 전화다. "하는데까지 열심히 해 볼랍니다"라며 금만택시 1205호가 시야에서 멀어졌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