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로 날씨가 쌀쌀해지는 것이 겨울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추운 날 생각나는 것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뜨끈한 국물 역시 빼놓으면 섭섭하다. 특히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짬뽕'은 국민영양식(?)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누구나 즐기는 대중음식이다.
  중화요리인 '짬뽕'은 일반적으로 국수에 각종 해물이나 야채를 섞어서 볶은 것에 돼지, 소, 닭 뼈 등을 우린 국물을 부어 만든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모양새를 띄는 '짜장'과 달리 '짬뽕'은 업소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서로 다른 것을 뒤섞는다는 또 다른 뜻처럼 어떤 식으로 섞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의 '짬뽕'이 나오기도 하는 것. 때문에 '짬뽕'같은 경우는 요리 솜씨를 떠나 업소별로 손님들의 입맛이 갈리기도 한다.

 이는 우리 지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오래된 업소는 오래된 업소대로, 신생업소는 신생업소대로 자신들만의 '짬뽕 비법'과 고집이 있다. 'ㅁ업소'의 경우 유달리 짬뽕에 홍합을 많이 넣기로 유명하다. 커다란 짬뽕 그릇이 홍합으로 넘칠 지경인데 손님들 입장에서는 즉석에서 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평가다. 

 반면 'ㅉ업소'의 경우는 홍합을 넘치게 주기보다는 속이 꽉찬 바지락을 고집하고 있다. 손님들 가운데는 홍합을 까먹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면 자체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더욱이 홍합들을 발라내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는 케이스도 있는지라 그럴 경우에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바지락 쪽이 나을 수도 있다.

 'ㄱ업소'는 독특하게도 게를 큼직하게 잘라서 짬뽕에 넣는다. 게의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국물에 스며든 것은 물론 연한 게를 손이나 젓가락으로 집어 발라먹을 수 있어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런가하면 'ㄷ업소'는 일반적인 짬뽕의 틀을 파괴해 돼지국밥식으로 내놓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짬뽕하면 해물이 가득한 모양을 상상하기 일쑤지만 이곳은 살코기 위주의 돼지고기를 통해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재료부터가 워낙 차별화 되는지라 매니아층(?)도 상당한 편이다.
  하지만 역시 '짬뽕은 짬뽕다워야한다(?)'며 특별한 부가재료 없이 다소 평범(?)하게 내놓는 곳도 많다. 오래 전부터 자신들이 고집해온대로 맛 그 자체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지역 내에서 형제들과 함께 중화요리집을 운영중인 장형길(35·ㅉㅈ나라)씨는 여기에 대해 "짬뽕은 말 그대로 정해진 규칙은 없는 편이다"고 말한다. 제철에 나는 다양한 해산물류를 바탕으로 가장 잘 조리할 수 있는 방법을 업소마다 선택한다는 것. 육수를 만들어 재료에 붓는 경우가 많지만 깔끔한 맛을 원하는 젊은 손님들을 겨냥해 맹물에 양념을 첨가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도 늘어나고 있으며 고춧가루 역시 볶아서 넣는데가 있는가하면 그냥 넣기도 한다. 어찌 보면 지극히 간단해 보이지만 양념하나로 맛이 확 바뀔 수 있는 것이 요리인 만큼 재료뿐 아니라 조리 방식에 따라서 전혀 다른 식의 맛이 만들어진다.

  골라먹을 수 있어 더욱 맛있는 대중음식 짬뽕, 자신의 맛과 취향에 맞는 짬뽕을 골라 뜨끈하게 즐겨보는 것도 올 겨울을 이겨내는 또다시 지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종수 시민/객원기자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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