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의 지난 겨울은 유달리 추웠다. 전국적으로 유래 없는 한파가 몰아치면서 곳곳에서 동파사고 등 피해가 속출했고 길가를 지나는 시민들은 잠바 깃을 올려 세우기 바빴다. 설상가상으로 물가까지 폭등하며 직접적으로 느끼는 체감 온도는 더욱더 싸늘했다는 평가다.

안팎으로 유달리 냉랭했던 탓이었을까, 지난 겨울에는 사라진 풍경들이 상당히 많았다. 의례 겨울이면 볼 수 있었던 여러 가지가 눈에 띄지 않았는데, 겨울의 별미를 판매하는 군고구마 장수도 그중 하나였다. 

  비슷한 것 같지만 군고구마 장수는 붕어빵, 호떡 등 다른 길거리 먹거리 장사들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기본 기술 및 최소한의 재료비 등이 필요한 붕어빵 장사 등과 달리 군고구마는 고구마를 구울 수 있는 통과 고구마만 확보되면 당장 시작할 수 있다. 

  땔감 등 기타 필요한 재료 등은 본인만 부지런하다면 돈 없이도 확보가 가능하다. 때문에 군고구마같은 경우는 일반인이 아닌 학생들에게도 겨울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로 많이 사랑받고는 했다. 추운 겨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서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고구마를 굽는 학생들의 모습은 그리 보기 드문 장면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풍경을 보기가 참 드물었다. 어디선가 잠깐씩 고구마를 굽는 이들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고정적으로 한자리에서 장사를 하는 모습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겨울이면 명물처럼 보이던 군고구마 장수들의 단골목은 예년과 다르게 텅텅 비어있을 뿐이었다.

  직장에 다니기전 공부와 군고구마장사 아르바이트를 겸했었다는 백아무개(35·회사원)씨는 여기에 대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돈이 안되기 때문이 아닐까싶다"며 "추운 날 고생하는 것에 비해 수입도 높지 않거니와 이번 겨울은 유달리 강추위가 계속되어 고구마 가격까지 올랐던 것이 부담을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구마는 날씨가 추우면 보관하기가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방안에 들여놓으면 반대로 높은 온도로 인해 상할 수도 있어 여러모로 까다롭기 그지없다. 고구마를 파는 이익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고구마가 상해 버리게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부형인 신아무개(43·영업)씨는 또 다른 부분에서 이유를 제시한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예전처럼 용돈이 궁하지 않기 때문에 구태여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방학중에도 인터넷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내면 보냈지 사서 고생은 하지 않거니와 아르바이트를 한다해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있다"는 말로 달라진 풍속도를 전했다.

김종수 시민/객원기자  oetet@naver.com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