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비행기는 언제 누가 만들었는가?'하는 질문을 던지면 열에 아홉은 라이트형제를 떠올린다. 1903년 동력비행기로 첫 번째 비행에서 12초 동안 36m를 날았던 라이트형제의 비행은 세계 역사가 인정하는 최초의 비행기 관련 기록이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기록까지 따져보면 말은 달라진다. 세계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이는 다름 아닌 우리 선조다. 그것도 우리 지역 김제 출신이 그같은 일을 해냈다. 

  19세기 고증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따르면 '임진왜란 때 정평구(鄭平九)라는 인물이 이른바 오늘날의 비행기에 해당하는 비차(飛車)라는 것을 만들어내 전시에 맹활약을 펼쳤다'는 기록이 있다. 안타깝게도 설계도 등 기초 자료는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은 일본군에 비해 모든 면에서 전투력이 떨어졌다. 준비도 덜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병사 개개인의 무술 실력도 전쟁에 익숙한 일본 쪽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학의 힘'이 컸다. 

이순신  장군은 일본군이 육지에 도착하기전 한수 위의 화력을 이용해 '해전(海戰)'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며 백병전 자체를 최소화했는데, 바로 이것이 양쪽의 전투력 차이를 뒤집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전쟁이 다 바다에서 치러질 수는 없는 법, 육지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오가곤 했는데 냉정히 말해 조선 쪽의 승리는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 권율 장군과 김시민 장군은 육지 전투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많지 않은 명장들로 꼽힌다. 

  진주성전투가 치열하던 임진왜란 당시 정평구는 김시민 휘하에서 군관으로 있었는데 주로 화약을 다루는 임무를 맡았다고 전해진다. 하늘을 나는 비차는 바로 그때 만들어졌는데 식량을 나르는 것은 물론 중요 인물의 이동과 각종 작전 등에 다양하게 쓰이게 됐다. 

  정평구는 한술 더 떠 일종의 종이폭탄인 '지포(紙砲)'를 만들어내 직접 일본군을 하늘에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위력은 크게 강하지 않았지만 소리가 요란한 지포와 돌덩이를 같이 던져대자 일본군은 급격히 당황했고 반대로 아군측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비차는 달랑 한 대뿐이었고 오랜 시간 동안 용맹하게 싸우던 정평구도 결국 총탄에 맞아 39세의 젊은 나이에 전사하고 만다. 미리 준비가 되어 많은 양의 비차가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물론  어느 정도 여건이 마련됐다해도 발명가들이나 그들의 업적을 등한시하는 조선시대 특유의 보수적인 특성상 쉽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흔히 조선시대 최고의 발명가하면 장영실(蔣英實)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과학을 하는 이들이 부각되기 힘들었던 당시의 사회에서 장영실은 매우 운이 좋았던 케이스다. 그러나 전시에 과학의 힘을 맘껏 뽐내며 일당백 이상의 가치를 보여줬던 우리지역 출신의 정평구도 반드시 잊지 말아야할 인물중 하나일 것이다.

김종수 시민/객원기자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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