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과 직원의 해직, 특정인의 통장 거래내역 조회 등 일부조합원과 집행부간의 대립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던 금만농협이 오인근조합장의 사퇴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만경·성덕·청하지역 통합 조합인 금만농협은 지난 2008년 1월 8일 제4대 조합장선거에서 현 오인근 조합장이 당시 현역조합장인 최승운씨를 불과 19표차로 따돌리고 신승을 거둔 바 있다.

  오인근 조합장은 만경읍에서는 31.2%의 득표에 그쳤지만, 자신의 지역인 성덕면에서 73.3%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이 승리요인이었고, 선거를 통해 지역대결 양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갈등의 요소를 안고 출발했다.

  조합장에 취임한지 3개월만에 대의원총회장에서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고 자료를 배포했다해서 대의원들에게 사과문을 발송해야하는 치욕도 감수해야 했다.

  전임 조합장은 금전수수혐의에 대해 끝내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구속되는 사태를 빚었고, 간부직원의 해직에 이어 최근에는 오인근조합장의 특정인에 대한 수차례의 거래내역 조회가 도마에 올랐으며, 금만농협 하나로마트입구와 길 건너편에 "오인근조합장이 고객 여러분의 통장 거래내역을 훔쳐보고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만경농민회와 현직 이사의 이름으로 걸리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금만농협 이사 및 조합원 255명의 요청에 의해 특별감사가 요청됐고, ㅇ감사는 ▲직원해직과 관련한 소송 등 관련비용 처리절차 ▲특정인의 통장 거래내역 등 조회에 따른 해당업무 및 조회목적·절차 등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후, 대의원총회를 소집해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9일 오전 10시 금만농협 2층 회의실에서 대의원 70명 중 55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렸고 ㅇ감사는 보고서를 통해 "고객의 통장에 대한 거래내역을 동의없이 부당조회한 사실이 확인된 건만 625건에 이르고 있으며, 업무목적이라는 미명아래 조합장의 부당조회건수가 301건에 휴일에도 조회가 있었다"고 밝힌 후 "직원 부당해고를 위한 조회가 아니었나하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2년간 금만농협을 위해 최일선에서 땀흘렸던 직원을 부당해직한 이후 노동위원회 및 행정소송과 고등법원 항소에서 조차 농협에서 거듭 패소했음에도 판결에 불복해 막대한 조합자금을 투여하며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는 공익이 아닌 개인의 사심과 자리보전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ㅇ감사는 내부자료 외부유출, ㅅ감사가 실시한 감사보고서가 수차례에 걸쳐 바뀐 내용, 직원소송과 관련한 상임이사의 출장횟수와 여비 등을 공개하고 조합의 효율적인 운영을 독려했다.

  이에 대해 집행부에서도 반박자료를 배포하고 "조합장도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자의 범위에 포함되며, 통장 거래내역 조회에 관한 사항은 제한 사항이 없으므로 업무상 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직원 소송건에 대해서는 "3심제가 적용되는 만큼, 법의 최종 판결로 처리해야되므로 대법원 판결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감사의 총회소집요구는 정관에 따라 부적합한 행위이고, 정작 책임을 물어야할 행위는 눈을 감고, 정당한 소송과정의 비용과 절차만 따지는 주객이 전도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ㅇ감사의 순수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보고와 해명 과정에서 집행부를 두둔하는 발언과 감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대의원간에 감정섞인 고성이 오갔으며, 금만농협의 권위와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오인근 조합장은 총회를 마무리하면서 "투명한 회계질서와 공정한 사업관리는 농협이 지켜야 할 숙명의 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면서 "현재의 이사회는 구성원간의 반목이 도를 넘어서고 있으며, 감사 두 분도 사고처리에 이견을 보이고 있어, 금만농협의 발전보다는 조합원들의 불신과 분열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고 개탄했다.

  이어 "조합장으로서 일련의 상황을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느끼며, 비장한 각오로 4월 21일자로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에 임하고자 한다"고 선언하고 "현 사태에 대해 책임이 있는 이사와 감사 또한 조합원들께 스스로 재신임을 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금만농협은 투명한 회계질서와 공정한 사업으로 조합원 앞에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인근 조합장의 사퇴선언으로 금만농협은 김제시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1개월 이내에 조합장 선거를 치를 전망이며, 당선되는 조합장의 임기는 4년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거래내역조회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이 바쁜 농번기철에 조합장의 재신임을 묻기위한 재선거를 치러야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 금만농협 하나로마트입구에 오인근조합장의 통장 거래내역 조회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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