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영 김제중학교총동창회장

  김제에는 동헌내아옆의 일본집 말고도 김제역 주변과 필자가 자랐던 곳으로 일제시대에는 요정이었고 해방 후에는 '대한청년단' 자리였던 서독안경센타 안채 등 여러 곳에 일제 흔적이 남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역사의 교훈은 결국, 자신이 보고자 하는 바를 보게 된다.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문제는 보고자 하는 사람이 접하는 모든 상황에 따라 적응되는 것이 원칙이다. 같은 상황일지라도 '보고자 하는 목적'과 '보고자 하는 사람이 처한 시대적 요청'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밖에 없으며 그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찾고자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뿐만 아니라 역사를 보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필자는 김제시민의신문(2003.4.17)에 '동진소나무가 죽어가고 있다'란 칼럼을 통해 일제의 농민수탈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동진소나무를 살리자'란 주장을 했었고, 김제신문(2010.9.28)에 '수리조합을 복원하자'와 같은 신문(2010.10.25)에 '식민수탈 체험 교훈장을 만들자'란 칼럼을 통해 그동안 방치되어 있던 구 동진농조 자리와 죽산 '하시모토'농장 사무실 등 일제 잔재를 찾아내어 수탈 현장을 체험하는 역사 교훈장으로 복원하여 이 아픈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역사적 책무라 주장한 바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고 '그 때는 어땠을까'와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쉬지 않고 던질 수밖에 없다. 민족사학자 박은식은 "나라는 망해도 그 역사만 잃지 않는다면 민족은 망하지 않고 다시 독립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는 이러한 뼈아픈 역사를 알려야 하고 또 살려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약 70km 떨어진 '아우슈비츠'는 유태인 대학살로 유명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고, 이 슬픈 역사의 현장이 현재는 폴란드의 가장 큰 관광 수입원이라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가까운 군산도 한때는 치욕스러웠던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지우고자 했었지만 지금은 내항 근처에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와 그 주변의 적산가옥,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이성당빵집과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구 군산세관 등을 복원하여 관광지로 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5월 6일자 모 중앙지 기사에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 중인 어느 정치인이 포르투갈 '파티마 성지' 방문 당시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본 목동들의 생가를 방문한 점을 거론하면서 "스토리가 있는 관광이 지금 시대에는 정말 자원이 아니겠는가?"라며 "아무 의미 없는 돌조각이나 초가집 하나도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으면 다 찾아가서 본다. 삐걱거리는 집이라고 해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서 풍부한 관광거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국도 그렇게 가야 한다. 다 허물고 부셔서 시멘트로 발라버리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 것을 봤다.

  그렇다. 이런 일제 잔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닐 터이니 역사적인 교육차원에서 잘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보며, 통한의 역사를 무조건 지우기보다 그 실상을 바로 알고 절대 잊지 않겠다는 자세로 시대적 요청인 현장교육현장으로, 그리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문제가 된 그 일본가옥을 보수하여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특히 이 건물이 관아인 동헌과 인접해 있어 조선 침략을 상징하는 시각적 효과가 더욱 높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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