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능력평가, 기회이면서도 위기?

  지난 회에 밝혔다시피 현재 영어교육시장에서 제일 뜨거운 감자는 단연 '국가영어능력평가'다. 기존의 수능 체제에서는 교과 과정이 말하기 쓰기 중심으로 개편되기 어려웠으나 제도가 바뀌면서부터 초중고 영어 전반에 걸쳐 실용적인 부분이 크게 강화됐다. 공부를 위해서가 아닌 영어 자체의 실용 능력만 놓고 봤을 때는 적절한 변화라는 의견이 많다. 

  영어능력평가는 일단 자격시험만 통과할 수 있다면 도시권 학생들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똑같은 시험에서 똑같은 결과를 내고 도시-시골간의 학력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도하에 만들어지게 된 이 제도는 대처만 잘한다면 얼마든지 지방권에게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우리지역 학생들 입장에서는 불안한 부분도 적지 않다. 상위권의 격차가 줄어들게 됨에 따라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좋은 점도 많이 있겠지만 문제는 중하위권 학생들이다. 

  그동안은 영어 실력이 다소 딸려도 다른 과목을 통해 커버하는 방식이 통했다. 예나 지금이나 영어는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어려운 과목이고, 이 과목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싫든 좋든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영어를 해야한다. 영어를 포기하고 타 과목에 올인 하는 공부법은 불가능해 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과거의 상대 평가에 비해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의 영어 실력이 없으면 어려워진 것이 현실. 중하위권 학생들 입장에서는 일단 최소 점수 확보가 과제가 됐다. 학교 공부 외에 영자신문을 읽고 자막없는 외국영화를 보는 등 일상 생활을 통한 기초 영어능력 향상이 절실해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영어 자판 능력도 중요해졌다. 직접 모니터를 보며 작성해야되는 부분이 많은지라 영타가 빠른 학생들이 유리해진 것은 자명한 사실. 아무리 영어실력이 좋아도 영타에서 약점을 보인다면 알면서도 시간이 없어서 점수에서 손해를 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수학능력시험 초창기 언어영역에서 부쩍 늘어난 지문으로 인해, 지문을 읽는라 문제를 미처 풀지 못하는 학생들이 수두룩했었던 것이 비슷한 예다.

지역내 사교육 시장 변모할까?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아도 절대 줄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지역내 사교육 시장이다. 이는 대도시든 지방이든 다를바 없는데 그도 그럴 것이 현대 사회에서 학력과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학원등 사교육 시장을 바라보는 지역내 학부모들은 관심이 너무 지나친 경우와 관심이 부족한 경우 등 2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은 우리 지역내 학원들에 대해 신뢰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들 같은 경우 시간적 금전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우리지역 외 도시권 학원으로 자녀들을 보내는 모습이다.

  물론 이런 저런 조건들을 감안했을 때 아무래도 도시권 학원들이 좀더 크고 우수한 지도자들이 많은 것은 사실. 하지만 지역 내에도 좋은 실력과 환경을 갖춘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꼭 도시권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신중하게 학원을 잘 고르고 효과적으로 학교 공부와 병행시킨다면 도시권 못지 않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반대로 일부 학부모들의 경우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단순히 남들이 가니까 나도 보낸다라는 마인드보다는 내 자녀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어떤 식의 교육을 펼치는 학원이 잘어울릴까를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시권 학원들이 환경이 더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학부모들의 관심도도 영향을 끼친다. 공부에 대한 절실함 더불어 외부에 노출된 여러 가지 정보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 도시권 학부모들이 100을 원한다면 지역권에서는 60~70정도만을 원한다는 분석인데 단순한 극성에 그친다면 곤란하겠지만 더 많이 요구하고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어쨌든간에 바뀐 입시제도로 인해 우리지역내 학원들 역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타지역으로 학생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들보다 먼저 바뀐 제도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학습 방법을 이끌어 나가야하기 때문. 우리지역에서 공부를 해도 충분히 도시권학생들 못지 않은 성취도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역내 영어교육 관계자중 한명인 김미자(41·ㅊ학원) 원장같은 경우 이같은 흐름을 좀더 일찍 파악하고 변화를 시도한 케이스다. 미국현지 등과의 교류를 통해 원어민강사를 들여와 의사소통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의 영어능력향상에 노력을 기울인 것을 비롯, 도시권 대형브랜드까지 들여왔다. 

  여기에 대해 김미자 원장은 "그대로 있어도 안정적인 상황에서 학원의 환경까지 바꿔가며 도시권 브랜드를 가져온 것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모험일수도 있는 선택이었지만 우리지역에서도 도시권과 비슷한 수준의 교육을 받도록 하고 싶었다"는 말로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각 학원마다 특색이 있는지라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른 환경적-시스템적 변화를 꾸준히 시도하는 것이다.

  제도가 바뀐다는 것은 관계자, 학부모, 학생들에게 모두 부담이다. 과연 새로이 바뀐 영어시장의 흐름은 우리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분명한 것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김종수 시민/객원기자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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