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을 대표하는 학원 스포츠를 언급하라면 열에 아홉은 하키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씨름, 태권도, 육상 등 타종목도 있지만 가장 오랫동안 꾸준하게 성적을 올리는 효자 스포츠는 단연 하키다. 현재도 한국 남자하키의 간판스타 이남용을 비롯 다수의 우리 지역 출신들이 국가대표, 해외무대, 국내실업팀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우리지역 하키현실이 결코 밝지 않음에도 전국 혹은 세계무대에서 지역출신 스타들이 빛을 내고있다는 사실이다. 지역내 하키부가 있는 학교들은 각선수간의 경쟁 시스템은 커녕 주전 엔트리조차 제대로 짜기 힘든 실정에 처해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계속해서 이어온 것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제 하키의 불길은 꺼질 줄을 모른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역내 하키인들의 노력이 크다.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안팎에서의 지원은 열악한 수준이지만 현장 지도자를 비롯 생업에 종사하는 전현직 하키인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며 지역 하키 발전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 이를 입증하듯 얼마전 새로이 열린 '제 1회 김제새만금지평선배 국민생활체육 전국하키대회'를 비롯 다수의 전국 행사가 계속해서 지역 내에서 열리고 있다.

지역 하키의 난제, 편견과의 싸움

  하키라는 종목이 우리 지역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농촌 도시의 특성상 전국적으로 크게 어필할만한 요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지역 김제를 꾸준히 홍보하고있음은 물론 각종 대회 유치를 통해 지역내 경기 활성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하키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다. 자녀들이 하키를 하겠다면 대부분은 일단 만류부터 하는 것이 사실. 그로 인해 현장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뛰어난 경험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옥석을 가리기는 커녕 대회에 참가할 선수 숫자 맞추기부터 골머리를 썩기 때문이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하키를 시작하게되면 공부를 하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나마 하키로 잘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성적마저 일반 학생들에 비해 현저하게 뒤떨어지게 되는지라 자칫 이도 저도 아니게되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우려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지금의 학부모들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정규 수업마저도 빼먹은 채 운동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던지라 운동부 학생의 대부분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요즘은 시대가 변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그렇듯 학교 공부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동을 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가고 있는 것. 하키부를 운영중인 학교들 역시 다른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받고 방과 후나 남는 여유 시간에 운동을 가르키고 있다. 

  한수 더 떠 앞으로는 기준 점수를 못 받으면 대회출전을 규제하는 등 운동에까지 영향을 주는 방안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지라 과거의 잣대로 운동부를 바라볼 필요는 없게 됐다. 운동을 열심히 하되 적성에 맞지 않거나 향후 진로에 무리가 있다 싶으면 언제든지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되려 운동을 꾸준히 하게되면 특기입학이나 학교장 추천 등을 통해 대학 선택시에도 유리한 요소도 있으며 한창 성장기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제중학교에서 하키를 가르키는 김태현(37) 체육전문지도자는 "요즘은 인터넷의 대중화로 인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있는지라 성장기 때의 운동은 체력 증진 및 인성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구태여 돈을 주고 체육관을 다니느니 학교 생활과 병행해 운동을 하는 쪽이 더 나은 부분도 많다"고 강조했다. 

 대가족이 아닌 소수자녀를 둔 가정이 많아지고 전체적으로 과거보다 생활수준이 높아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들이 적다보니 학부모들은 구태여 힘든 운동을 시키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 역시 힘든 운동은 피하는 추세다. 수업료 면제 등 여러 가지 부가혜택도 더 이상 플러스로 작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닌 아이의 적성에 맞겠다싶으면 하키는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학교측에서도 최대한 공부에 영향을 안주려함은 물론 각종 과학적인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 

  도구를 쓰는 운동이라 보기와 달리 축구 등과 비교해도 부상확률도 적은 편이며 예의범절이 사라지는 최근 추세 속에서 단체 생활과 리더십 등 가정에서 해주기 힘든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 학교 등에서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지라 돈이 많이 들어가는 타종목과 비교해 금전적인 부담도 거의 없는 편이다. 많은 이들을 걱정케하는 이른바 '매맞는 문화'도 사실상 사라진지 오래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일단 아이의 적성과 소질을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하는게 중요하며 편견을 가지기보다는 직접 지도 교사를 만나 상담을 나누고 주변 환경을 본 다음에 결정할 필요가 있다. 축구 등 인기스포츠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지라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다른 종목보다 더 빨리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어쨌거나 시대가 변했듯 하키를 둘러싼 여러 가지 환경도 현격하게 달라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계속>

김종수 시민/객원기자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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