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남면과 정읍시 감곡면 지역 일부 농민들이 호남고속철도 4-1공구(김제-정읍간) 공사현장을 찾아 시공사인 삼성건설에 공사편의주의에 따라 발생한 침수피해의 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 29일 농민 100여명은 정읍시 감곡역 부근 삼성건설 현장사무소 입구에서 집회를 갖고 "삼성건설이 KTX선로공사를 하면서 농수로 2곳을 막아 피해가 발생했다"며 벼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농민들에 따르면 "봉남면 용신리는 감곡천과 원평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두 천 사이에 2개의 배수로가 있는데, 한 곳의 배수로 중앙에 교량구간으로 지나는 KTX선로의 삐아(교각)을 세웠는가하면, 한곳의 배수로는 아예 막아버리고 한곳은 작은 관만을 묻은채 배수로 위에 공사용 도로를 개설해 하천의 흐름을 막았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물이 흘러야 배수로 아래쪽 배수펌프장이 제역할을 할 수 있는데 집중호우가 쏟아지던 날에 배수구 앞은 뚝처럼 막혀있었고 공사현장의 자재마저 쌓여있어, 공사용도로에 물이 넘치고서야 배수펌프장에 물이 닥쳤고, 공사현장의 자재들이 물에 떠내려가면서 배수구까지 막아버려 배수펌프장이 기능을 상실한채 침수되고 말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논은 감곡천과 원평천이 합류하는 지점이어서 감곡천과 원평천의 물이 빠져나갔어도 제방높이로 저수지처럼 물이 가득했고, 가장 중요한 시기에 80시간동안 침수되면서 인근 250여㏊의 논은 수확량이 70%이상 감소될 것이 자명하다고 한탄했다.

  장시간 침수로인해 수확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린 용신리 들녘에서 김정수씨는 자신의 논에 심어져 있는 벼를 트렉터로 갈아 엎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는 농민들도 "자식같은 벼를 갈아엎는 것을 TV에서만 보았는데 우리의 일이 될 줄을 꿈에도 몰랐다"며 안타까움을 같이했다.

  피해보상대책위원회 김길두 위원장은 "이 지역은 300㎜ 정도의 비가 쏟아져도 24시간 정도면 배수가 되었기 때문에 그간 벼 생육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면서 "지난 9일 내린 250㎜ 정도의 비가 3∼4일이 지나 배수가 된 것은 호남고속철공사로 인한 인재다"고 주장하며 피해보상을 촉구했다.

  이 지역의 벼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낱알이 비어있는 쭉정이 상태여서 수확이 어려운 안타까운 상황이다. 적절한 피해조사와 보상이 절실하다.

▲ 봉남면 농민 100여명이 정읍시 감곡역 부근 삼성건설 현장사무소 입구에서 집회를 갖고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 한곳의 배수로는 아예 막아버리고 한곳은 작은 관만을 묻은채 배수로 위에 공사용 도로를 개설해 하천의 흐름을 막았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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