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화가 본격화되면서 가정 문화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 세대가 가장을 중심으로한 문화였다면 최근에는 가장은 소외시 된 채 아이들 중심으로 모든게 이뤄지고 있는 모습. 각 가정당 아이가 현격히 줄어든 이유 탓이 가장 크겠지만 이로 말미암아 부정적인 영향도 크다. 

  요즘의 학교-학원은 전형적인 입시위주의 시스템이다. 과거처럼 대학은 공부를 잘하는 소수의 학생들만 가는 곳이 아닌 당연히 거쳐야할 필수 코스처럼 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한두개 과외 정도는 무조건 받아야되는 현실이 됐다. 

  일부 명문대가 아닌 대다수 대학들은 학생수 부족으로 고민을 하는지라 이른바 커트라인이라는 것도 무너진 곳이 많다. 그런 상황인지라 중하위권 대학의 문은 크게 열려진 것이 사실이지만 반대로 일부 대학은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상당수 학부모들은 보다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빠르면 중학교 때부터 이미 다양한 과외를 통해 대학 입시에 대비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성교육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시스템이 먼저이고 도덕 등 인성 발달에 필요한 과목들의 중요성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 지역 역시 전혀 다르지 않다.

인성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원활한 소통필요

  "요즘 아이들이 어른을 어른으로 생각하나요? 잘못 매나 들었다가는 어른 입장만 곤란해지지."
  최근 학생들을 바라보는 대다수 어른들의 시각이다. 대다수 학생들은 과거처럼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세상이 바뀐 만큼 무조건적인 공경심은 강요해서는 안될 문제겠지만 기본적인 예의범절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일반적인 어른들은 물론 부모와 스승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가정이 많다는 사실이다. 외아들 혹은 아이들의 숫자가 적은 만큼 부모들의 애정도는 더 클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이른바 꾸지람이나 체벌의 횟수는 상대적으로 줄어가고 있다. 

  더욱이 부모 자신들도 자식들을 혼내지 않는지라 타인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바깥에서 잘못된 행동을 해서 다른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듣는 것을 보기라도 하면 부모들이 먼저 "당신이 뭔데"라는 말로 아이들을 감싸기 바쁘다. 부모가 먼저 감싸는데 어찌 타인이 잘못을 나무랄 수 있을까, 결국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잘못된 아이들을 혼내는 행위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 됐다.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창구는 학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교에서도 예전처럼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혼내기는 힘들다. 아이에 대한 체벌 등을 부모들이 먼저 원하지 않기 때문. 괜스레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혼내다가는 강한 반발에 부딪치기 일쑤다.

  00중학교 ㄱ교사(37)는 언젠가 당했던 황당한 경험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계속적으로 말을 듣지 않고 삐뚤어져만 가는 학생에게 가벼운 체벌을 했다가 경찰서에 신고 당하는 굴욕을 당한 것. 체벌을 받고 기분이 상한 학생은 곧바로 신고를 했고 결국 교사는 경찰서와 학교를 오가며 곤욕을 치러야했다. 

  "일부 선배 교사 분들께서는 이미 이러한 경험을 많이 당한지라 지나치게 개입하지말고 적당히 하라고 했지만 교육자로서 어찌 그렇게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일을 당하고 나니까 허탈한 기분도 들고 의욕이 빠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교사들 사이에서는 정년퇴직이 더 이상 명예로운 훈장이 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과거처럼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래 있어봐야 좋은 꼴 못 본다는 것. 일부에서는 다른 일이 있으면 빨리 중간에 그만두는 것도 현명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한학자는 "핵가족화로 아이들의 가치가 더욱 올라간 상황에서 누가 자신의 자식을 혼낸다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사랑의 매조차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부모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아이들이 높아지다 보니 반대로 가장의 권위가 너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의 귀함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꼭 가르쳐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어찌 보면 부모들 입장에서는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각 가정에서 신경 써서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담당하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만 현실적인 생활상 그런 것은 쉽지 않다. 결국 학교에서조차 아이들을 바로 잡아주지 못한다면 그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교사들은 이른바 지식을 전달하는 '기능사'로 전락하고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교사들이 단순히 학과 과목만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면 스승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어색해진다. 단순히 입시공부 등이 목적이라면 학교가 필요 없이 학원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00고등학교 ㅅ교사는 말한다. "학생들에게 무관심한 교사도 문제지만 단순히 감정적으로 권위만 내세우려고 체벌을 하는 교사 역시 문제는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그 사이에서 정확한 사실을 알고 교사와 학생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준다면 교사-학부모-학생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작용할 것입니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도록 칠 척 떨어져서 가야한다는 뜻의 '제자거칠척사영불가답(弟子去七尺師影不可踏)'이라는 말이 새삼 절실해지고있는 최근이다.<계속>

김종수 시민/객원기자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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