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피움불을 시작으로 부거리 옹기가마 100주년 기념 큰불때기 행사가 전통옹기의 계승과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우리고장의 옹기장이 안시성씨의 주최로 열렸다.

  지난달 26일부터 13일동안의 워크숍과,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는 부거리 옹기가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중국의 이신일, 미국의 리미들맨, 터키의 메흐멧 키질친과 국내작가 명지혜, 이수천, 그리고 안시성 이렇게 6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불꽃같은 예술혼을 펼쳤다.

  그동안 불을 때지 않고 전시만 하던 근대문화유산 403호 부거리 옹기가마와 작업장이 100년만에 처음으로 첫불을 지펴 숨을 불어넣는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이번행사는 훌륭한 작품을 기원하는 고사와 풍물대를 시작으로 뒤풀이까지 푸른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마을은 온통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부거리 옹기마을을 알리고 전통옹기의 우수성, 실용성 등을 국내외에 홍보해 전통 옹기산업의 부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한 안시성씨는 "옹기를 굽는데 불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면서 "피움불→중간불→창불→볏김불→큰불로 불세기를 조절해야 하는데 그것이 좀처럼 쉽지않다"고 한다. 또한 "불을 때지 않는 가마를 잘 보존하기는 어려우며 살아남는 가마가 되기 위해서는 보존도 중요하지만 좋은 작업을 완성해 냄으로써 생명력있는 문화유산으로 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질박한 향기와 삶의 윤기를 담은 옹기는 고운 흙으로 만든 청자나 백자와 달리 작은 알갱이가 섞여 있는 점토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마에서 소성될 때 점토가 녹으면서 미세한 구멍이 생긴다. 이곳에서 공기나 미생물, 효모 등이 드나들 수 있다고 해서 숨쉬는 그릇이라고 밝혀짐으로써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묻어나는 가장 과학적이고도 예술적인 우리민족의 생활의 한 부분이다.   

  시 재정지원 없이 오로지 작가들 개인경비로만 기획한 행사인 만큼 국내외 작가들끼리의 유대감과 자긍심이 훌륭한 작품세계로 펼쳐졌다. 

  일부지역에서 그저 전시용으로 급조한 장작가마 불때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이번옹기가마 큰불때기 행사는 가마 특성에 맞는 작업을 위해 불때기 약 1주일전부터 작가들이 모여서 각자 주어진 환경에 맞춰 작업하고, 공유 및 토론, 교환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6명의 작가들의 작품 150점과 옹기 30여점을 가마에 넣어(재임) 익히는(소성) 과정을 거쳐 가마에서 끄집어내는(내임)데 까지 무려 8일이나 걸린 대대적인 행사라 하겠다.  

 이번행사에서는 실제 불때기 과정뿐만아니라 참여작가들의 전 작업과정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져, 생명의 근원인 흙과 불, 그리고 바람을 잡아내는 장인의 손길이 어우러져 빚어낸 옹기장이의 땀방울 하나하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장이 되었다.

  행사에 참여한 6명의 작가들은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과 미국, 터키, 중국 등지에서 상당히 인정받는 작가들로 구성돼 비록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를지라도 도자기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있어서인지 눈빛과 직감으로 서로 통한다며 불편함이 없었다고 한다. 안시성씨는 "참여한 작가들이 한국의 정서를 느끼고 우리 옹기의 매력을 가지고 돌아갔다"며 "이번을 계기로 부거리 옹기가마는 한국의 전통을 맛보고자 하는 내·외국인이 많이 찾아오는 김제의 명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거리 옹기가마

  길이가 22.5미터, 넓이가 1미터 높이가 1.6미터의 대포가마 형식으로 옹기에 직접 장작을 피우며 사용하는 전통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아궁이 부분 일부만 파손되고 그 원형이 제대로 살아있어 보존가치를 크게 인정받아 지난 2008년 9월 근대문화재 403호로 지정됐다.
  또한 작업장은 연면적 124㎡로 토담이 전통 초가 형태로 만들어져 있으며 내부에 전통 옹기 물레 3대와 작업도구가 그대로 남아 있다. 

  백산 부거리 옹기 마을은 조선시대 말기 천주교 박해를 피해온 신자들에 의해서 설립되었으나 거의 대부분 소실되고 가마와 작업장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옹기교육농장 열어

  200년동안 이어진 옹기가마, 100년이란 시간의 손때가 묻은 옹기작업장, 역사와 전통, 장인이 지켜낸 옹기교육농장에서 알찬 옹기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옹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학교 교과과정과 연계한 옹기교육프로그램으로 옹기의 장점을 생활속에 전파하면서 새시대를 열어갈 우리 아이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자유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즐거운 배움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그램 내용으로는 옹기체험(옹기그릇, 토우, 액세서리 만들기, 흙 체험 등),옹기학습(옹기가마·작업장·옹기전시장 견학, 옹기교육 등), 옹기축제(4박5일간 가마에서 옹기굽는 행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로 구성되어있다.
(문의:안시령·문가령 옹기교육농장 542-0049)

김윤경 기자  kyk@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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