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경계구역 설정문제로 우리시와 군산시, 부안군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군산시의 뜻에 따라 갑자기 새만금권역 행정구역 통합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최근 군산시에서는 군산시민의 의견으로 새만금권역 행정구역 통합문제를 건의했고, 대통령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강현욱)에서는 군산시에 일방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군산, 김제, 부안, 서천의 이른바 3+1 새만금권 통합건의안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시·군 통합이 광역시·도 경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충남 서천을 제외한 김제·군산·부안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본지는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정부의 추진 계획과 그간의 추진 상황, 타 지역의 사례, 우리시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정부의 추진 계획

  지난해 8월 4일 대통령령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이 마련됐고, 대통령소속으로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의 운영세칙이 마련되면서 통합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은 존속기한이 2014년 12월 31일까지인 한시법이다.

  이 법은 '행정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부응하여 현행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추진기구 및 절차, 기준과 범위, 국가의 지원 등을 규정함으로써 지방의 역량 강화, 국가경쟁력 제고, 주민의 편의와 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기본방향으로는 ▲지방자치 및 지방행정계층의 적정화 ▲주민생활 편익증진을 위한 자치구역의 조정 ▲지방자치단체의 규모와 자치역량에 부합하는 역할과 기능의 부여 ▲주거단위의 근린자치 활성화를 제시하고 있다.

  통합의 시기는 2014년에 실시하는 지방선거일 이전까지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완료토록 하고 있으며, 현장방문과 여론조사 등을 거쳐 다음달 말까지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기본계획을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시·군·구 개편의 기준과 범위

  시·군·구의 인구, 지리적 여건, 생활권·경제권, 발전가능성, 지역의 특수성, 역사적·문화적 동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합이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 간 통합을 추진 한다.

  특별법은 시·군·구의 통합이 시·도 및 시·군·구 관할구역의 경계에 제한을 받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통합을 추진 하고 있는 대상지역이 마찰을 우려해 광역시·도간의 경계를 넘지 않고 있다.

  통합으로 인해 폐지되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역는 자치구가 아닌 구 또는 출장소를 두면서 자치권을 상실하게 된다.

  지방의회 의견청취 또는 주민투표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의사가 확인되면 통합대상인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명칭, 청사 소재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등 통합에 관한 세부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공동으로 통합추진공동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명칭 및 청사 소재지 등을 두고 주도권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호남권에서는 우리지역외에 전남의 목포+무안+신안군도 포함되어 있고, 전국에서는 19개 권역으로 48개 시군구가 해당된다.

통합 자치단체의 공무원과 예산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으로 초과되는 공무원 정원은 정원 외로 인정하되, 연차적으로 정원에 맞게 공무원을 감축해야하므로 신규충원은 어렵게 된다. 또 폐지되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을 인사상 동등하게 처우하도록 하고 있지만, 형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다.

  통합자치단체의 예산도 최초에는 종전의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편성·의결한 예산을 회계별·예산항목별로 합친 것으로 하지만, 점차 통합취지에 맞게 삭감되고 인구가 많은 통합시 위주의 예산 편성과 집행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우리시는 전체 예산에서 농업관련 분야에 19.82%(978억)를 쓰고 있지만, 군산시는 10.15%(781억)를 배정했다. 우리시보다 공장이 많고, 도시위주인 군산과 통합되면 현재처럼 농업분야에 많은 지원을 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시가 통합 기준에 맞는지?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인구 또는 면적이 과소한 지역을 우선통합대상으로 삼고 있다.

  전국의 시들 중 가장 인구가 적은 시는 계룡시로 4만3천명에 불과하다. 도내만봐도 남원시가 8만7천명이므로 우리시가 인구의 적용을 받기는 무리다. 면적 또한 전국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시는 구리시로 33㎢다. 50~500㎢ 미만의 시도 전국에 37개가 있고, 우리시 면적은 545㎢로 전국 시 지역 평균(515㎢) 보다 넓기 때문에 이 조건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또 다른 기준인 ▲지리 지형적 여건상 통합이 불가피한 지역 ▲생활 경제권이 분리되어 주민생활의 불편을 초래하거나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지역 ▲역사 문화적으로 동질성이 큰 지역 ▲통합을 통하여 지역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지역 등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군산시와 우리시는 어느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군산이 통합하려는 저의는?

  새만금경계구역 설정에서 무리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군산시가 새만금 뿐 아니라, 아예 인근 시군을 흡수통합하고 몸집을 부풀리면서 광역권시의 중심이 되겠다는 속셈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마침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 강현욱위원장이 군산 출신이니 이보다 좋은 기회도 없을 것이다.

  2010년 통합됐던 마산시와 창원시, 진해시도 추진 주무부서인 행안부의 이달곤장관이 창원시 출신이었다. 당시도 여러곳의 통합논의가 있었지만, 지방의회의원이 대부분 한나라당 출신이었고 MB맨이었던 이달곤장관의 고향이 창원이어서 주민투표도 거치지 않은 채 지방의회의 의결로만 무리한 통합을 이뤄냈다.

  군산시가 상생발전을 명분으로 통합론을 제기하면 새만금의 경계구역설정 분쟁도 교묘하게 피하고, 새만금에 대한 주도권도 확보할 수 있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기존 통합 자치단체의 사례
 
  1998년 통합된 여수시(여천군+여천시+여수시)의 경우 통합 이후 13년째 통합청사를 마련하지 못해 3개 청사를 분리 운영중이며, 각 청사가 7~13km 떨어져 오가는데만 1시간 30분이 소요되고 통합전보다 재정자립도도 떨어지고 인구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0년 7월 통합된 마산·창원·진해시의 경우 통합이 2년 가까이 흘렀지만, 통합시청사 소재지 갈등이 지역 시민단체들로 확산되고 있고, 지난해 11월에는 통합 창원시의회가 옛 창원·마산·진해  3개시로 분리하자는 건의안을 의결하기도 하는 등 진통이 지속되고 있다.

  진해시는 통합시의 변방인 진해구로 전락하면서 진해지역의 소외 문제를 참다못한 단체들이 앞장서 총선에서 진해지역 단일후보를 내세우자는 운동이 일기도 했다.

통합이 우리시에 미칠 영향

  김제와 부안의 인구를 합하면 15만2400여명에 불과하지만, 군산은 27만4500여명이어서 통합시장은 당연히 군산에서 선출될 것이고 군산지역에 투자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현재 우리시에 그나마 몇개 남은 기관마저 빠져나가게되면 도심권의 공동화는 가속화되고 인구도 군산쪽 도심으로 빠져나갈 것이며, 군산시의 변방으로서 폐허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시가 갖고 있던 특징과 역사성도 잃게 된다. 도농통합에서 지역의 정체성이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린 농촌지역들이 있다. 구미시에 합쳐진 선산군, 강릉시에 통합된 명주군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통합시의 명칭 문제, 통합시청 소재지 등 주도권 문제가 발생할 것이지만, 결과는 군산의 승리가 자명하다.

통합 반대 열기 확산

  군산시의 꼼수를 조기에 차단하자는 각계의 반응이 뜨겁다.

  부량면 사회단체는 지난 5일 벽골제에서 개최된 부량 벽골제 아리랑축제 개회에 앞서 편파적인 통합 결사 반대 결의를 다졌고, 용지면이장단협의회(회장 김행곤)와 청하면사회단체장, 만경읍이장단협의회(회장 허진섭), 백구면이장단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죽산면 사회단체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등도 연일 결의문을 낭독하고 통합 결사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통합관련 정부부처 홈페이지에도 항의글이 게시되고 있으며, 김제청년회의소는 지난 8일~10일까지 김제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또 이건식시장과 여홍구 새만금공동발전시민위원장 등이 각종 매체나 방송에 출연해 김제시민의 통합 반대의사를 전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지난달 19일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우리시를 방문했다. 각 분야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의견을 수렴한다면서도 비공개로 진행했고, 언론의 취재마저 통제했다. 이는 의견정취라기 보다는 통합을 위한 요식행위였던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지역의 경우 타 통합대상지역과 달리 국가차원에서 통합이 필요하다고 분류됐기 때문에 최근 개편위가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절차상 필요할 뿐 별 의미가 없이 통합이 권고될 것으로 보인다.

  개편위는 김제·군산·부안을 통합기본계획에 반영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기본계획에 대해 내년 6월 지방의회 의견 청취 또는 주민투표를 실시해 결과에 따라 통합자치단체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의회나,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 통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군산출신 강현욱위원장과 정부가 어떤 작업을 벌일 지는 주시해야 되는 상황이다.

▲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