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인한 시내권 상가의 침수 피해를 막기위해 시가 중앙초교 운동장 지하에 대형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나 학교측과 학부모들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혔다.

  시가 설치하려는 우수저류시설은 홍수시 넘쳐나는 빗물을 인위적으로 지하에 가두었다가 비가 개면 펌핑을 해서 하류지역으로 방류하는 재난안전시설이다. 과거에 비해 기후가 급격히 변하고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번해 졌으며, 우리시 구산사거리와 중앙초교사거리의 경우 시간당 70~80㎜만 비가 내려도 물난리가 나는 상습 침수구역이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우수관로를 도로지하에 매설했지만, 중앙초교와 하류인 중앙병원쪽 구산천까지 경사가 거의 없는데다, 중앙초교사거리는 요촌택지와 김제여고아래, 터미널로타리 등에서 유입되는 우수의 양이 많기 때문에 우수관로가 이를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침수가 불가피하다.

  시는 이에 대한 대책을 위해 소방방제청에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을 신청했고, 다행히 사업이 채택돼 100억원의 국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 11월 용역업체를 선정해 타당성조사용역을 발주했고, 집중호우를 가상한 시뮬레이션 결과 지상물이 없고 비교적 넓은면적의 중앙초교 운동장이 최적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시는 중앙초교측이 우수저류시설을 수용할 경우,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 축구장과 육상트랙을 설치하고 도와 협의해 강당신축도 추진하겠다는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하지만 교육지원청과 중앙초교측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도 없었는데다 시가 일방적인 밀어부치기 식으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장기공사로 인한 학생들의 안전사고 우려와 소음으로 인한 학습력저해, 공사장 분진과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함으로 인한 체력저하, 교정내 수목의 피해 등으로 학부모의 73%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중앙초교가 우수저류시설의 최적지라는 것에 대해서도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김봉기교육장은 "중앙병원 근처에 저수연못을 만들면 공사비도 저렴할 뿐 아니라 물의 재활용도 가능하고 여러방면에서 유입되는 우수를 받아들여 구산사거리 침수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사전 협의도 없이 굳이 중앙초교로 밀어부치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18일 시청상황실에서 시와 교육지원청 공무원, 중앙초교장, 용역업체, 전문가, 교수, 시의원 등 20여명이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과 관련해 협의회를 가졌으나, 2시간반동안 난상토론만 이어졌고 합의점을 전혀 찾지 못한 채 입장차만 확인했다.

  우수저류시설이 시급한 사업이지만 시의 안이한 접근 방식에도 문제가 많았다. 지난해 초 정년퇴직을 앞뒀던 전 중앙초교장에게 학교부지 사용가능여부 공문 1장을 받은 것만으로 만족해 교장이 바뀌었음에도 1년이 넘도록 아무런 협의노력을 하지 않았고, 실시설계용역을 착수하고나서야 다시 처음으로 교육청과 접촉을 시도한 것이다. 

  교육장이나 학교장보다는 지역주민인 동창회나 학교운영위, 학교발전협의회 등과 사전 협의를 갖고 당위성을 설명했더라면 수월할 수도 있었는데 이젠 돌이키기 쉽지 않은 상황을 자초해 버렸다.

  또 교육당국과 전혀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초교운동장에 사업을 하는 전제로 공사업체와도 수의계약 성격의 계약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업자와 계약이 급했는지, 설득이 급했는지는 누구라도 알일이다.

  우수저류시설은 재난상황에 대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중앙초교외에도 사업부지에 대한 객관성과 정당성이 우선 확보돼야하고, 교육장과 학교장, 그리고 학부모는 사고에 대한 우려도 고려해야하지만, 재난과 관련된 국가의 공익사업이라는 성격을 고려해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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