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을 맞은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우리시 곳곳에서 다채로운 정월대보름행사가 열렸다.

  마을별 소규모 행사도 많았지만, 200여명 이상이 참여하는 행사도 이틀간 6개에 달했다. 행사를 보면 23일(토) 오후 2시 벽골제방 일원에서 '정월대보름 연날리기 대회', 오후 4시에는 진봉면 심창초등학교 앞에서 '심포드리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축제', 대보름날인 24일(일)에는 오후 3시 용지면 사창산 일대에서 '용지면 정월대보름 달맞이 행사', 오후 4시에는 백구농협 육묘장앞에서 '백구 정월대보름 한마당 잔치', 오후 6시에는 황산면 남양복지관앞에서 '황산 남양 달집놀이 행사', 오후 7시에는 입석소공원에서 '입석줄다리기 시연 및 횃불놀이'가 순차적으로 펼쳐졌다.

  이들 행사는 모두 시간대가 겹치지 않고, 1시간 간격 또는 2시간 간격으로 행사들이 서로 맞물리지 않게 사전 조율됐다.

  달집태우기가 있는 진봉면에서는 보름 전날 오후 4시에, 보름날 용지면에서는 오후 3시에, 백구면에서는 오후 4시에, 황산면에서는 당초 오후 5시 예정이었다가 오후 6시에 달집태우기를 진행했다.

  정월대보름 민속놀이인 달집태우기는 보름달이 떠오르기 전에 달맞이하기에 가장 좋은 곳에 나무로 틀을 엮고 짚을 씌운 달집을 만들어 두었다가, 달이 솟아오르는 것을 처음 본 사람이 불을 당기고 달을 향해 절을 하는 것이다.

  우리지역에서는 대나무 매듭을 태워 폭죽소리같이 '툭툭' 소리가 나도록 했고, 이는 잡귀와 액을 쫓기 위함이며, 달집에 수숫대·볏짚을 넣는 것은 풍요로운 생산을 위함이었다. 한꺼번에 불이 잘 타오르면 풍년이 들고, 타다가 꺼지면 흉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해졌으며 달집이 타서 넘어질 때 그 넘어지는 방향에 따라 그 해의 풍·흉을 점쳤다. 지방에 따라서는 달에 절을 하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 하며, 또 1년간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믿기도 했다.

  달집태우기의 방식과 의미는 이러하지만 우리시에서의 정월대보름 달집은 달이 뜨는 시점이 아닌 해가 중천이거나 달이 뜨기 한참 전에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불이 당겨졌다.

  우리민족의 세시풍속대로라면 서로 다른 장소라하더라도 거의 같은 시각에 달집에 불이 당겨져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했다. 달뜨는 시간과 무관하게 달집놀이를 한 것은 세시풍속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일정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이건식시장을 비롯해 행사에 참석하는 정치인들은 주민들과 함께 할 시간도 없이 축사에 이어 달집에 불만 붙여주고 물밀듯 빠져나가 바로 다음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우리고유 세시풍속의 의미는 퇴색한 채 정치인이 이동하기 편한 동선에 맞춰 보름달의 떠오름과는 무관하게 달집에 불이 붙여지는 것을 보면서 현장을 돌아본 기자는 누구를 위한 달집태우기인지 한심한 생각까지 들었다.

  한편 일부지역에서는 정월대보름 한마당잔치를 한다고 알려놓고 영농발대식을 겸하더니, 국민의례에서는 애국가를 생략하고 농민가를 부르는가하면, 국회의원의 축사를 면장이나 농협장보다 뒤에 하도록 행사를 진행해 물의를 빚었다. 게다가 이 행사에는 원칙도 없이 갑자기 시비가 지원된 것으로 전해져 타 지역과의 형평성문제까지 불거지게 했다.
  달집태우기는 액을 쫓고, 마을 주민의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순수하면서도 경건한 우리민족의 전통행사이다. 세시풍속이 끼워넣기 행사로 전락하거나 정치인의 일정에 맞춰 의미가 퇴색해서는 않된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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