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농협이 대의원선거를 통해 당선된 당선인에 대해 애매모호한 규정을 들어 피선거권을 박탈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김제농협은 김제 시내권과 죽산, 부량, 월촌지역을 통합한 지역의 최대농협으로 전역에서 92명의 대의원을 해당지역 조합원의 직접선거로 선출하고 있다.

  대의원의 임무는 이사와 감사를 선출하고 대의원 총회에서 조합의 주요사안에 대해 의결하지만, 이사회에 비해서는 권한이 적은 자리다.

  문제가되고 있는 지역은 요촌동의 '오륜·벽성·화동·중동 선거구'로 지난달 27일 김제농협 2층 회의실에서 '21대 대의원선거'가 있었다.

  선거에는 요촌동에서 ㅇ수퍼를 운영하는 ㅅ씨가 단독으로 출마해 무투표로 당선됐다.

ㅅ씨는 20년 가까이 김제농협 조합원으로 활동했고, 대의원선거를 앞두고 사전에 지역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합법적인 범위에서 선거운동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선거가 있은 날로부터 5일 후 김제농협측에서 ㅅ씨에게 '대의원 결격사유 통지서'가 전달됐다. 농협법 제52조 4항 및 농협법 시행령 제5조의3, 농협법 시행령 별표2에서 정하는 「조합의 사업과 실질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을 경영하거나 이에 종사하는 사람」에 ㅅ씨가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협법 시행령 별표2>를 보면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의 범위로 17개항에 대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명시하고 있고 마지막 18항에 "그 밖에 이사회가 조합, 조합공동사업법인 및 중앙회가 수행하는 사업과 실질적인 경쟁관계에 있다고 인정한 자가 수행하는 사업"이라고 적고 있다.

  김제농협이 이사회를 열어 ㅅ씨의 피선거권을 박탈한 것은 이 대목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ㅅ씨가 수퍼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김제농협의 하나로마트와 경쟁관계라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제농협측은 "유사한 전례가 있어 어쩔 수 없으며, 하나로마트와 관련된 결정에서 대의원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으므로 영세점포도 경쟁상대로 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지역 조합원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김제농협 이사회의 시각이다. "중대형마트로 아니고 동네 구멍가게가 어떻게 하나로 마트의 경쟁상대일 수 있으며, 힘없고 영세한 조합원을 사소한 문제로 경쟁상대로 보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는 것이다.

  하나로마트는 많은 품목을 취급하고 있고, 김제농협 관내에는 이들 품목과 중복되는 영세상인이 많은 실정이다. 김제농협은 구멍가게까지 일괄적으로 경쟁상대로 삼지 말고 점포의 규모와 형태 등을 고려해 임원의 참여범위를 확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이는 가운데 김제농협은 ㅅ씨의 당선을 무효로하고 3월 15일 오후 2시 이 지역 대의원재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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