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월 14일 새만금 행정구역과 관련한 대법원 최초의 판결이 있었다. 이번 소송은 새만금 3·4호 방조제 군산시 관할결정 취소소송으로 3년여에 걸쳐 공개변론과 현장검증 등을 통해 최종 선고가 내려졌고, 원고인 우리시와 부안군의 청구가 기각됐다.

  청구가 기각되면서 3·4호 방조제(14.1km) 및 다기능부지(195ha)는 군산시 관할로 결정되고 소송은 패소했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1·2호 방조제 및 새만금 내측 매립지 행정구역 결정을 위한 합리적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우리시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판결 직후 이건식 시장과 관계공무원, 여홍구 새만금공동발전범시민위원장 등은 대법원 현관에서 만세를 불렀으며, 시내에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는 불법현수막이 홍수를 이뤘다.

  이번 소송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시민 뿐 아니라 언론들도  각양각색이다. "패소해놓고 어떻게 만세를 부를 수 있느냐"라거나 "막대한 소송비용을 물어야 하는데 왜 유감표시 조차 하지 않느냐"하는 것과 "마치 2호 방조제가 김제 것으로 확정된 것처럼 불법현수막을 걸어 시민들을 현혹시키냐"는 의견 등의 비난이 일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내용면에서 승리한 소송이니 비용이 들었지만, 얻는게 더 크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많다.

  본지는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이번 소송의 성격부터 진행과정, 소송이 담고 있는 의미, 앞으로 예상되는 지자체간 분쟁 등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 대법원이 직접 지도를 제작해 A(군산 연접지구), B(김제 연접지구), C(부안연접지구)로 구분하고, 각 연접부분 매립지는 각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에 귀속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법관 4명이 현장을 방문해 현장검증을 가졌다.

이번 소송은 무엇인가?

  지난 2010년 3월 31일 행정안전부가 '새만금지역 행정구역 결정 신청 공고'를 통해 우리시와 군산시, 부안군의 주장과 농림수산식품부의 의견을 공개하고, 신청내용에 의견이 있는 지방자치단체, 기관, 단체 또는 개인은 관보공고일 다음날부터 20일 이내에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밝혔다.

  이후 새만금방조제 전체구간에 대한 행정구역 결정이 조기에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방조제 중 지자체간 이견이 없는 구간에 대하여 우선 결정하기로 하고, 같은해 10월 27일 우리시와 부안군이 점유권을 주장하고 있지 않은 3·4호 방조제 구간(비응도-신시도,14㎞)과 명소화 부지인 내측 매립지 195ha를 군산시 관할로 결정했다.

  발표 다음날 우리시에서는 기자회견을 갖고 '중앙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해 우리시와 우리시의회, 10만 시민의 입장을 공식 표명하며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대법원에 부안군과 함께 안전행정부 장관을 상대로 새만금 방조제 일부구간 귀속 지방자치단체 결정 취소소송(2010추73)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 소송 진행과정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새만금지구 일부구간결정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여홍구)를 결성해 조직인 투쟁에 돌입했다. 위원회는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을 방문해 새만금 3~4호 방조제의 지적측량 중단을 요구하는가하면 부안군과 연대해 공동 대응을 모색했다.

  또 김제시의회도 새만금지역의 합리적인 경계설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전 의원의 공동발의로 채택했으며, 수차례에 서울과 우리시에서 수차례에 걸친 토론회를 갖고 해상경계선의 불합리 등을 지적했다.

  지난 4월 29일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법관 4명(박병대·고영한·김창석·양창수)을 비롯해 원고인 우리시와 부안군, 피고인 안전행정부, 보조참가인 군산시, 법률대리인, 관계자, 언론사 취재진 등 10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현장검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건식시장은 다기능부지의 시급성을 이유로 3·4호 방조제 관할결정이 이뤄졌지만 현재 미개발 상태이며, 오히려 지금 당장 개발이 시급한 김제 농업용지 5공구에서는 올해 상반기 착공식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본격적인 개발을 위해서 매립지의 전체적 행정구역을 설정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기존의 해상경계선으로 경계획정을 할 경우의 불합리한 점을 현장에서 보여줬다.

  또 지난 7월과 10월에 개최된 공개변론에서도 해상경계선 적용의 불합리성과 바닷길 확보, 김제·부안·군산의 자연경계를 이루고 있는 만경강과 동진강의 흐름 등을 강조해 왔다.

▲ 새만금 3호방조제 다기능부지에서 우리시측 강완구변호사가 대법관들에게 우리시의 주장을 설명하고 있다. .

대법원 판결 내용과 의미

  대법원은 김제시장과 부안군수가 함께 안전행정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고, 소송비용을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대법원이 이유문에서는 대법원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향후 새만금 방조제 뿐만 아니라 내측매립지까지 새만금 전체지역에 대해 구체적인 관할 결정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의 이유문은 앞으로 안행부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판단에 중요한 근거가 되고 법적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유문에 ▲해상경계선만에 의하여 그 관할구역이 구획되어서는 합리적인 경계설정이 될 수 없다 ▲새만금 관할결정기준으로 연접성을 제시하면서 군산 연접지구, 김제 연접지구, 부안연접지구로 구분하고, 각 연접부분 매립지는 각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에 귀속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의 해양접근성도 형평에 맞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소송은 기각됐지만, 우리시가 소송을 통해 얻고자 했던 점이 모두 이유문에 적시되면서 향후 우리시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2호방조제를 확보하는데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
 

▲ 지난달 14일 대법원 판결 직후 김제시청 브리핑실에서 이석봉 부시장이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재 군산시는 2호방조제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고, 2호방조제에 대한 접근성 및 해상경계선에 의한 관할구역 결정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소송에서 우리와 한배를 탓던 부안군도 이번 소송에서만 '적과의 동침'일 뿐 앞으로 2호방조제를 두고 뜨거운 한판을 벌여야 할 대상이다.

  부안군은 과거의 어장도를 기준으로 2호 방조제 관할을 주장하고 있으며, 동진강 최심선을 신시도앞이라고 주장하는가하면, 부안군이 토석을 제공해 새만금사업에 기여한 것은 사실 등을 들고 있다.

▲ 마치 2호 방조제가 김제 것으로 확정된 것처럼 불법현수막을 걸어 시민들을 현혹시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앞으로 진행될 관할권 싸움

  우리시가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2호 방조제 확보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아직 1, 2호 방조제의 관할권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과 이후 다시 벌어질 수 있는 대법원 소송의 결과까지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군산시에서 2호 방조제에 대해 새만금이 공유수면이라는 전제하에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실효적 지배를 주장해왔으나, 대법원이 해상경계선의 적용을 불합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효적 지배 논리는 명분을 상실했다.

  1, 2호 방조제에 대한 안행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 심사가 지난달 26일부로 본격 시작된 상태다. 내년 2월 3개 시·군의 의견을 듣고, 3월에 새만금 현장실사를 거쳐 4월경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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