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근 편집국장 hong@gjtimes.co.kr

  하지만 이를 바라보며 기자는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바람직하느냐 하는 것 때문이었다. 죽산면만의 입장에서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 이해도 되지만, 우리시 전체를 놓고 보면 크게 환영할 일은 아닌 듯하다.

  어쨌든 이렇게 까지 될 수 밖에 없었던 죽산면의 그간 상황을 보자. 

  죽산면에서는 소선거구제였던 지난 2002년에는 우리시에서 유일하게 단독후보가 등록해 선거를 치르지 않고 무투표로 김학주씨를 당선시켰었다. 

  그러나 8년전인 2006년부터는 시의원선거가 중선거구제로 바뀌었고, 죽산면은 인근 부량·성덕·진봉·광활면과 함께 '시의원 라선거구'에 포함돼 2명의 시의원을 선출하게 됐다. 이때 죽산면에서는 김일선(1624표)·김학주(599표)·이병철(770표) 후보 등 3명이 출마함에 따라 광활면에서 단독 출마한 김문철후보(1701표)에게 최고득표자인 김일선후보가 77표차로 낙선됐다. 당시 선거인수는 죽산면이 3352명, 광활면은 1734명에 불과했다.

  또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병철·오재웅후보가 경합하면서 각각 1621표와 706표를 획득했고, 역시 맞수였던 광활면의 김문철후보는 2041표로 420표차의 여유있는 승리를 거뒀다. 이때도 죽산면의 투표인수는 3034명이었고, 광활면은 1510명으로 죽산면이 2배가 넘었었다.

  인구수가 월등히 많아 후보들이 여유를 가졌을 수도 있지만, 투표인수가 가정 적은 광활면의 김문철후보가 지역의 열세를 극복하고 인근 부량면이나 성덕면 등에서 많은 표를 가져오면서 선전한 결과가 컸다. 하지만 죽산면민들 대다수는 죽산면 후보가 단일화됐었다면 2번 연속 시의원을 배출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죽산면에서는 3명의 후보가 출마할 것으로 보였다. 4년전 출마했던 이병철·오재웅씨와 전 김제시 환경과장 남해룡씨가 그들이다.

  이에 가장 먼저 후보단일화를 위해 발벗고 나선게 죽산초교총동문회(회장 선은탁)다. 죽산면은 인구가 많으면서도 초등학교가 한곳 뿐이어서 동문회를 중심으로 비교적 단합이 잘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선은탁회장을 중심으로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조성일), 이장단협의회(회장 이광범)가 참여해 먼저 오재웅씨의 불출마를 유도하고, 이병철·남해룡씨와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 합의한 후, 지난 22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여론조사 신고를 마쳤다. 주민대표단 3명과 양측 후보 대리인이 여론조사에 대한 모든 사항을 협의한 상태에서 지난 24일 죽산면 유권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지난 25일 오전 9시 죽산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최종승자를 이병철씨로 발표했다. 

  죽산면의 후보단일화로 이병철씨는 가장 강력한 당선후보로 떠올랐으며,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지역의 후보들은 더욱 노력을 해야할 상황이 됐다.

  죽산면의 후보 단일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인구가 많으면서도 번번히 시의원을 배출하지 못했으니 주민들로서는 당연히 그럴 수 있고, 잡음없이 단일화를 이뤄낸 단체장들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유권자가 많은 곳에서 모두 후보단일화를 시도하면 인구가 적은 면은 영원히 시의원을 배출하지 못하게 되고, 당선된 시의원 역시 자기 지역만 신경쓰면 되기 때문에 인구가 적은 면은 악순환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지역후보 단일화를 위한 주민들의 다양한 시도는 있었지만,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자를 결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 같은 시도가 다른 면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지역간 대결양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 유권자 개인의 선택권도 의미가 없어져 지역을 위한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자칫 면지역간 머릿수 싸움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시의원은 지역의 대표성도 있겠지만, 김제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행정 전반에 대한 파악과 예산을 의결하는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다. 꼭 내지역 사람이 아니더라도 김제시 발전과 주민들을 위해 누가 더 일을 잘 할 것인지 꼼꼼히 검증하고 살펴서 큰틀에서의 지역 화합과 발전을 위한 선택이 요구된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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