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교황 방한기간동안 있었던 천주교계와 세월호 유가족간의 작지만 아름답고 감동적인 소통의 에피소드를 잠깐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방한 당시 교황방한 준비위원장인 강호일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 다음날 치뤄질 시복식 행사를 이유로 광화문의 세월호 가족 천막철거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단식천막 2개동을 제외한 나머지 천막 전체를 철거해 행사에 원만한 진행을 돕겠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천주교계는 세월호 유가족 600명을 시복식 행사에 초대함은 물론 행사장 앞자리로 모시겠다고 예의를 갖춰 답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진정성이 더 큰 진정성을 부르는 말 그대로 선순환(善順換)이다. 상식과 원칙 그리고 상호존중이 지켜지면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자율질서를 만들어내는 국민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정치권은 제발 이런 모습을 보고 배우기 바란다.

  교황은 방한 첫날부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 행보를 이어갔다. 우리 국민의 상처받은 감정과 정서를 다 알고있다는 듯 곪은 상처에 진실과 겸손이라는 약를 발라주었고 바르는 즉시 새살이 돋았다. 감성의 코드와 주파수를 우리국민과 맞추고 아이들에게 사랑의 입맞춤을, 세월호 유가족들에겐 진심어린 포옹과 가슴에 노란 리본까지 대통령이 해야할 일까지 마다하지 않고 우리국민과 소통했다. 

  멀리 지구반대편에서 날아온 벽안의 종교지도자일 뿐인데 국민들은 그에게 열광했고 감격해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교황이 세월호 참사등으로 인하여 메말라서 타들어가는 우리 민족의 감성에 진정한 소통이라는 단비를 내려주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순간이었지만 '교황이 우리 대통령이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하는 발칙한 상상도 해봤다.

  단원고 생존자였던 2학년 여학생이 교황에게 보낸 서신을 요약하여 필자의 현 심정까지 담아서 적어본다.

  저는 단원고 2학년 한 여학생의 입장으로 120일 동안 느낀 감정과 심정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120일이라는 시간동안 전 너무많이 아팠습니다. 그들 곁에 가고싶은 마음과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한 이 한심한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하염없이 친구들의 사진만 보여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아직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친구들의 가족은 열악한 체육관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찰들은 보상이 아닌 진실이라도 알고 싶어하는 우리 친구들의 가족을 폭행하기까지 합니다. 

  18살인 저도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미친 것 같습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라 할지라도 이렇게라도 표현해 우리나라의 심각성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같이 웃고 밥먹고 껴안았던 친구들이, 18년동안 아끼고 쓰다듬으며 귀하게 키운 자식들이, 한순간에 모두 예고도 없이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는데 정부는 우리를 외면하려고만 합니다. 

  사실 이렇게 세월호 사건이 이슈화된 것이 다행스럽니다. 만약 조용히 이 사건이 끝난다면 우리나라는 또 반복된 실수를 할 것이 분명하고 우리나라는 망가져갈 것입니다. 그래서 교황님이 우리나라를 방문해주신 것이 정말 진심으로 위안이 됩니다. 

  교황님이 우리나라의 유일한 희망이라 확신합니다. 이제 겉만 선진국인 우리나라를 바꿔주세요.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가 무엇인지 우리가 우리나라를 믿을 수 있도록 이 얼빠진 정부를 바꿔주세요. 32일째(14일 현재) 친구 아버지께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만을 바라보고 단식을 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그 아버지마저 곁을 떠날까 매일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는것 같은데 왜 이리 큰 고통을 겪어야 할까요. 언제쯤 이 고통이 끝이 날까요?

  저희는 이제 어른들에게 신뢰를 잃었고 이 세상에 대해 신뢰를 잃었습니다. 우리가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와 같은 학생들에게 이 나쁜 세상을 물려주어 죄를 짓지않게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게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숨길래야 더 이상 숨길 것도 숨을 곳도 없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진실과 소통'이다. 이번 교황의 방한과 그의 행보가 모든 위정자들과 고위공직자들에게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학습효과가 컸으리라 믿는다.

  여기에 되풀이해서 그 동안 보여줬던 대한민국호를 이끌고있는 고위공직자들의 망언, 불통, 거짓과 위선에 대해선 언급하진 않겠다. 다만 한가지 그들에게 간곡히 진언드리고 싶은 것은 과거는 민망했더라도 앞으로는 '진실된 소통'으로 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커나가는 아이들에게 최소한 민낯이 부끄럽지 않은 소통하는 어른들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