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역사를 가진 김제축협의 누적적자 규모와 그간의 과정, 이후의 대책·전망 등을 살펴본다.
김제축협의 적자 규모
김제축협은 1954년 4월 10일 김제축산동업조합으로 출발했다.
이후 2천명이 넘는 조합원을 보유한 조합으로 성장했으나, 부실채권 과다로 인한 충당금적립부담 등으로 지난 99년부터 3년동안 거액의 적자가 계속돼 지난해 말에는 이월 결손금이 66억에 달하고 있다.
올해는 김창수 조합장이 취임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무보수로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누적된 부실로 인해 16억의 적자가 예상돼 총 부실액이 82억원에 달한다.
이는 영농·복지지원 등 조합원의 실익증진을 위한 역할수행은 고사하고, 조합운영조차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이 같은 부실을 조합이 자체적으로 정리하기에는 출자금 증자 등 조합원의 희생과 많은 시간이 요구될 뿐 아니라 조합규모에 비해 부실액이 너무 많아 자력갱생은 어렵고 합병을 통한 조합정상화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게 '상호금융예금자보호기금관리기관장'의 판단이다.
합병 '요구'에서 '명령'으로
이에 따라 김제축협은 그간 중앙으로부터 흑자조합인 익산축협과의 흡수합병요구를 받아왔으나, 이를 수용할 경우 단순업무만으로 축소되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김창수 조합장이 김제축협의 생존을 위해 장성원 의원의 도움을 받아 수차례 중앙을 방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전국 70여개 합병대상축협과의 형평을 고려해 독자생존은 불가능한 상태였고, 김제축협은 흡수를 막기위해 오히려 군산축협을 흡수하려 했다.
하지만 군산축협은 김제보다 경영상태가 더 좋지않아 이미 합병명령을 받은 상태로 요구조합이 명령조합을 흡수한다면 부실규모가 오히려 커지므로 이 또한 성사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김제축협은 10월 10일로 기한이 정해졌던 '요구'기일을 넘겨버려 '명령'조합으로 강등되는 신세가 됐다.
흡수합병을 피할길은 없는가?
흡수합병은 아무런 권리주장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구조조정도, 업무분장과 인사권도 모두 흑자조합의 뜻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부실조합이 흡수합병을 피하는 현실적인 유일한 대안은 신설합병 뿐이다. 마침 전주완주축산농협이 흑자조합인 임실축협에 흡수될 입장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이리되면 도청소재지인 전주에 주사무소를 둔 축협은 자취를 감추게 되는 상태가 됨에 따라 김제와 전주완산조합이 전주에 주사무소를 두는 조건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실조합끼리의 신설합병이 성사되는 계기가 된다.
또 인근도시에 빼앗기는가?
'김제세무서가 익산세무서 김제지소로 전락하고 KT김제지점(김제전화국)도 익산으로 주업무를 이관해 버리는 소외감속에서 축협 주사무소마저 전주로 빼앗긴다면 김제는 어떻하라고'라는 한탄을 하는 시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축협의 상황은 다르다는 게 축협관계자의 항변이다. "세무서나 전화국은 상급부서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만, 축협은 조합장 이하 대의원, 조합원의 의사가 결정적이므로 불이익은 없을 것이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김제축협과 전주완산축협과의 합병서를 보면 조합의 명칭은 '전주김제완주축산업협동조합'으로 하고 주사무소는 전주시 호성동에 두고, 김제시 요촌동과 전주시 금암동, 전주시 효자동에 각각 김제지점·금암지점·안행지점을 설치하며, 주사무소는 전주에 두되 초대 상임조합장은 주사무소를 두지 않은 조합의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김제와 전주의 조합원수·신설조합 대의원수를 비교해 보면 10월말 현재 각각 2194:1950과 34:31로 김제가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합병하면 어떤 이익이 있길래
조합이 합병하게 되면 상호금융 예금자보호기금 관리기관에서 조합에 대한 실사를 거쳐 부실액 전액을 떨어내도록 지원해 줌으로서 합병후 부실액이 없는 건전한 조합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합병을 하지 않을 경우는 임원의 직무정지, 관리인 선임, 사업 정지, 설립인가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합병 절차는 어떻게되나?
조합의 합병은 조합원 총회의 의결이나, 조합원 투표로 결정된다.
김제축협과 전주완산축협은 지난 14일 합병계약을 체결했고, 오는 2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내 4개 투표구(김제축협, 금만농협, 용지농협, 금산면 목우촌사업소)에서 합병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조합원 과반수 이상 참여에 과반수 이상 찬성이면 합병이 가결되며, 투표는 위임도 가능하다.
그러나 찬반투표가 성사되지 못할 경우 김제축협은 행정처분의 신세가 되고 만다.
조합원의 선택과 향후 활로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현 시점에서 김제축협의 생존을 위해서는 합병이 '선택사양'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최근 전국의 유사한 예를 봐도 조합원투표 결과는 참여율도 높았고, 모두 찬성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제축협의 합병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원감축과 조합원 불편 등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창수 조합장은 "다행히 김제축협은 이미 구조조정을 완료한 상태여서 합병으로 인한 감원은 없으나, 총무·기획 부서는 조합내 타부서로 전출될 상황이다"고 밝히고 "조합원의 선택을 수용하고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제축협의 합병이 우량조합을 만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웬지 초겨울 날씨만큼이나 쌀쌀하다.
홍성근 hong@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의원들에게 현금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