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와 관련해 자율모금운동을 벌이는 대신 일부 학교에서 일정한 금액이상을 가져오도록 학생들에게 지시해 학부모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이번 모금운동은 지난 달 24일부터 지난 11일까지 16일간 자율적으로 모금해 언론기관에 보내도록 도교육청으로부터 지역교육청, 그리고 일선학교에 이르기까지 공문서로 보내졌다.

이에 일선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모금운동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학부모들에게는 정확한 내용을 설명한 통지서를 보내 참여를 유도했다.

그러나 일부학교에서 자율모금이라는 취지를 벗어나 자체적으로 정한 금액 또는 1천원이상을 가져오도록 학생들에게 지시했고, 가져오지 않은 학생에 대해 또다시 일정한 금액이상을 가져오도록 강요했다는 점과 학급별 성금액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일부 교사들이 모금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문제이지만 강압적이라기 보다는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부풀려질 수 가능성도 있다"며 "돈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기록했을 뿐 성금액을 기록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사실과 전혀 다른내용을 학부모들에게 전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언론기관에서 성금모금액을 공개할 경우 대외적으로 비쳐지는 학교의 입장과 관련해 많은 성금액을 모금하고자 하는 담임교사들의 욕심도 포함됐기 때문이다"면서 불만을 터트렸다.

더구나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모금해 언론기관에 보내기 때문에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교육청 역시 '성금모금현황파악'이라는 명목아래 각 학교별 모금현황 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교육청이 파악한 자료는 성금을 모금한 유치원과 초·중학교의 수와 금액까지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일선학교에서 하는 일을 알기 위해 자체적으로 조사했을 뿐이다"고 주장했으나 학교측에서는 교육청조사에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남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좋은 취지에서 벌인 성금모금이 교육청,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까지 이어지면서 자율보다는 강압으로, 성의보다는 부담으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성금모금의 진정한 의미는 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태영  kimty@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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