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24시간이란 것은 비단 자신의 생업이나 가족에게 부여되는 시간은 절대 아니다. 여타의 경비업체 직원도 아니건만 휴대폰은 24시간 대기발령 상태이고, 심지어는 서울에서 김제에 이르는 긴 거리의 여행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누가 시켜서 하냐구? 아니다. 급여 많이 받냐구? 더더욱 아니다. 모임이라도 한번 치르려 하면 그들은 전화속에 파묻혀 살아야하고 우편엽서 작성에 생업은 잠시 뒷전이 되고 말 이 애환에 매달리는 그들은 누구일까?
이름하여 그들은 사무국장. 철저히 쉐도우페이서가 되어야 하는 이 직업 아닌 직업에 그들은 묵언으로 임무수행을 한다. 각 향우회에 대한 봉사정신이 아니면 감히 꿈도 못꿀 고행의 긴 여정이다. 그래도 좋단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정해진 임기만큼은 최선을 다해 회장을 보필하고 각 회원들의 상하간, 또는 수평간에 완충지대로써 그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쉽게, 그러나 철저히 망각해야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는 그들이 하는 만큼 그 모임의 결속력이나 회장단에 대한 신임도가 단단해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맡은 직무에 대해 대충하는 법이란 없다.
여기 그 묵언의 임무수행중인 사무국장 4명이 모였다.
먼저 재경 김제향우회(회장 임휘윤)의 문종남(55세) 사무국장. 여의도 프린스텔 대표이사이기도한 그는, 10만 재경향우들을 찾느라 말 그대로 식사를 거를 정도의 바쁜 일정을 요즘 소화해내고 있다. 향우 6천명에게 초대장을 보낸다는 일이란 것은, 한번쯤 이 계통의 일을 해본 사람은 고충의 정도를 짐작하고 남을 것이다. 그래도 특유의 온화한 인상 덕에 쓴소리 한번 내비친 적이 없다.
다음은 죽산초교 동문회(회장 김성귀)의 이병준(46세) 사무국장. 동문향우회가 활발한 죽산향우회는, 한번 모이면 1천5백명이상 모이는 규모 때문에 그 역시 본가(재경 김제향우회)못지않은 몸살을 알아야 한다. 그래도 그는 이 고행의 의미를 즐거워한다. 향우들의 참석률이 좋기 때문이다. 현재 교사로서 재직중이고 보이스카웃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며 만능 레포츠맨이다.
재경 진봉초교 동문회(회장 최심열)의 유한웅(50세)사무국장 역시 열정으로 동문회관리를 하고 있다. 전직 MBC 카메라기자이기도 한 그는, 춘천과 서울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도 1천명 진봉동문들의 입과 귀가 되기를 자청하고 나섰다. 뚜렷한 마스크에 꼼꼼한 성격으로 동문회 관리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병행해가며 신세대 못지않은 컴퓨터기술로 동문간 커뮤니케이션 개발에 힘쓰고 있다.
재경 만경중고 동문회(회장 곽계흔) 사무국장인 유여송(49세)씨는 서울 강남권에서 인테리어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업가. 하지만 재경동문회와 총동문회를 이어가는 가교역할에 그의 일상 역시 허리춤에 동문회를 달고 다니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동문 선후배를 위하는 일이라면 싫은 기색 한번 보이는 일 없이 묵묵히 주어진 미션을 완수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시대의 사무국장이란 위치가 아직은 전화통 붙잡고 있어야 할 연락담당이지만 어느 때인가는 진정 우리 향우들이 알아주리라는 믿음 하나 때문에 5월의 많은 행사들 속, 그들의 웃음이 참으로 의미가 있어 보이는 것은,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짐으로서 모두가 편해질 수 있는 보편적 진리였기 때문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종남 재경김제향우회 사무국장 011-227-5027 ■이병준 재경죽산초교동문회 사무국장 017-270-7763 ■유한웅 재경진봉초교동문회 사무국장 011-253-8881 ■유여송 재경만경중고동문회 사무국장 011-259-8885
오병환 기자 obh@gjtimes.co.kr
오병환 ob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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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들에게 현금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