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목요일 오전, 재경 향우회사무국에는 '진인사 대천명'이란 마음으로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근 3개월을 준비해온 향우회 정기총회 행사가 바로 오늘.

임휘윤 향우회장 역시 이 순간만큼은 호방함을 접고 신중한 표정으로 체크리스트를 조목조목 살펴보고 있었다. 1천명 참석이 목표였던 만큼 오늘 참석할 참석인원수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이미 할 일은 모두 마친 상태. 10만 재경향우 중 6천명에게 연락이 간 상태였다.

이윽고 오후 4시, 미리 선정된 30여명의 운영위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속속 들어섰다. 축하화환도 순식간에 50여개가 들어와 잠실향군회관 컨벤션로비를 가득 메우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각 면별 접수대에도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후 6시30분, 근 1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향군회관 2층 컨벤션홀에는 이제 김제사람으로 만원을 이루었다. 양식코스로 세팅된 식탁 1천여석이 꽉 차자, 사무국에서는 부랴부랴 지하한식당(500석)을 빌려 추가주문을 냈다. 그것도 잠시, 한식당마저 넘쳐나자 다시 사무국에서는 지하에 있는 컨벤션 직원식당(200석)을 빌려 애써 찾아온 향우들에게 식사제공을 했다.

그렇게 찾아온 향우가 1천7백명이 되자 행사를 준비한 회장단과 향우회 임원진의 표정이 고무되어 있었다. 참석인원만으로는 18년 재경향우회의 역사에 새 장을 연 날이었던 것이다.

임원준 전임 향우회장과 임휘윤 현 향우회장 역시 고무된 표정으로 좌석을 돌며 연신 술잔건배가 이어졌다.

1층 로비와 2층 컨벤션홀입구에서는 농산물홍보클럽 주부들의 지평선쌀 홍보와 원평 감식초 홍보차 들른 금산농협 감식초공장 박석봉 공장장 등이 팜플렛을 배부하자, 주문서를 든 향우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것도 각 출신지역 농협에 주문서를 낸다.

2부 여흥의 시간은 말 그대로 친교와 향수를 달래려는 향우들의 몸짓으로 이어졌다. 각 순서마다에 행운권추첨이 있자 향우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르고, 향우회에서 준비한 130여가지의 상품은 어느새 향우들의 손에 들려 있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각 동문회와 면향우회를 대신해 자원봉사에 나선 운영위원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예상보다 많은 향우들이 와서 컨벤션측이 준비한 식사가 모자라 빵으로 대신했지만, 배고픔과 피로감을 잊은 채 행사에 집중하는 게 즐거워 보인다.

컨벤션 지배인이 와서 묻는다. "김제가 그렇게 큰 도시입니까?" 그래서 대답했다. "아뇨, 인구11만의 농촌도시입니다" 그러자 지배인은 혼자 되뇌이며 돌아서 나간다. "여기 향군회관에서 향우회행사는 여러번 보았지만 이렇게 사람 많은 것은 처음입니다"

저녁 10시, 아직 향우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오늘이 너무 좋단다. 향우회측에서 준비한 선물들을 들고 삼삼오오 지하철로 향하는 향우들의 어깨가 오늘만큼은 가벼워 보일 수 없었다.

10만 재경 향우중 오늘 이렇게 애써 찾아온 1%의 향우들이 김제에 어떤 희망을 주는 것 같아서 기자도 가슴이 흐뭇했다. 이 1700명의 1퍼센트가 곧 나머지 99퍼센트 향우들을 데리고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오병환  ob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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