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철규 임실군수가 인사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속된 가운데 그동안 ‘설(說)’로만 떠돌던 소문이 수면위로 떠오름에 따라 검찰 조사와 같은 불똥이 타 자치단체까지 번질 것을 우려, 공직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에 있었던 군산시 인사와 관련 ‘군산시청공무원직장협의회(회장 김찬균, 이하 공직협)’가 “시의 인사는 아직도 변화하지 않고 있다”며 현행 군산시의 인사제도를 실랄하게 지적, 비판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파문 일자 관련글 삭제…당사자 ‘인간적 번뇌’ 고백

특히 임실군 사건이 발생한 미묘한 시점인데다 문제가 된 ‘문서’는 게시되어 있던 공직협 게시판에서 바로 삭제된 가운데 이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공직협 담당자가 ‘고통스럽다’는 내용의 심경고백을 잇따라 게재했다.

상황에 따라 이번 ‘인사관행’ 비판 문서 사건은 시 인사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비판 문서는 지난달 19일 오전 최초 군산시청 홈페이지 공직협 사이트 회원 게시판에 게시됐다.

공직협 이름으로 공식적인 발표인 셈. 그러나 문서가 게시된 직후 문서를 게재한 담당자 등은 강근호 시장과의 면담에서 심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사실이 확인될 경우 ‘건전한 비판을 가로 막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군산시 인사는 변화는 고사하고 인사위원회 무용론과…”

이 문서에서 공직협은 “지금 이 나라에서는 변화와 개혁이 용솟음치며 일어나 사회 곳곳에서 보수와 혁신간에 싸움이 치열한데”라며 운을 뗀 뒤 "군산시의 인사는 아직도 변화는 고사하고 인사위원회의 무용론과 함께 인사권자의 독점적 의사결정에 의해 인사가 결정되어 진다는 소문이 설득력을 얻어 인사 때마다 직원들의 냉소를 유발하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도 승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묵묵히 근무하는 우리 조직원들이 투명하고 적합한 인사가 아닌 구태의연하고 모순 된 인사관행으로 그 희망이 사라질 때 그들은 실망과 좌절감과 분노로 가득 찰 것이다”며 “거기에서 인사권자의 불신이 싹트고 조직의 침체가 올 것이며 인사권자의 명령은 령이 서지 않을 것이고 오직 냉소가 판치는 공직사회의 부정적인 면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특히 “과연 우리의 인사권자는 우리 조직원들에게 진정한 희망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신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 문서에서 현행 ‘근무평정’ 문제점과 함께 ‘다면평가제도’를 실질적으로 도입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임실에서 우리와 같은 하위직 6급 담당이 음독자살 한 것은 참으로 우리들에게는 비통함과 아울러 서글픔을 안겨주는 하나의 사건인 것”이라며 “우리 군산시청이라고 또는 타 기관이라고 이러한 사람들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을 테니까…”라고 여운을 남겼다.

“우리 내부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풀어야…”

한편 이 문서는 이날 오전 8시경 게시된 이후 같은 날 정오경 삭제됐고 다음날 ‘청원님들께 올린 글, 삭제의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공직협 임모 사무국장이 올려 “글이 인사권자에게 사실 그대로 가감 없이 전달되었고 내부의 문제가 외부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임원 회의를 거쳐 삭제했다”고 삭제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우리 내부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머리를 맞대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는 소신에는 추어도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임모 사무국장은 8월22일 ‘직장협 사무국장의 인간적인 번뇌’를 통해 “지금 저는 그분에 대한 원망 보다는 내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고통스러워 내몸에서 절로 신음소리가 새어 나옵니다”는 솔직한 심경을 고백해 안타까움을 던져주고 있다.

비판 문서를 작성한 임모 사무국장은 인터뷰를 통해 “순수하게 공무원 사회에서 거론되고 있는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 뿐”이라며 “다른 의도를 가지고 외부에 밝혀져 내부에 또 다른 피해가 생기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내 자신의 처지가 고통스러워 내몸에서 절로 신음소리가…”

이번 파문은 그동안 시 인사와 관련해 수많은 ‘소문’이 잇따랐던 점을 감안할 때 비록 구체적인 위법 사례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소문’의 빌미를 제공하는 근본적인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공무원 사회에서 조차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임실군 사건으로 각 지자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전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실제로 ‘二사三서(승진하기 위한 뇌물로 사무관-시 과장급-은 2천만원 서기관-시 국장급-은 3천만원)’와 같은 ‘소문’이 근거 없이 떠도는 것인지에 대한 검증과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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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준 기자(cdjhoper@g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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