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을 아십니까?'

지역 내에서 구산이라는 지명이 점점 생소한 단어로 퇴색되어가고 있다.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는 물론 지명자체를 처음 듣는다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일 정도이며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에서의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더하고 있는 형편이다.

옥산동의 중심에 자리잡고있는 구산(龜山).

예로부터 효자가 많이 나고 산세가 좋다하여 지역 내에서도 가장 터가 좋은 세 곳 중 하나로 꼽히던 명산이다.

거북이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구산으로 불린 이곳은 8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대통령후보들의 선거유세장, 국악인들의 수련 터, 학생들의 소풍장소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그러나 읍이 시로 승격되고 이곳저곳에 주택단지가 들어서는 등 개발이 본격화되면서부터 구산은 이리 잘리고 저리 잘리며 본래 가지고 있던 형태는 온데간데 없게되었다.

대밭이 울창하고 까마귀와 까치가 가득하던 풍경은 이제 먼 옛날이야기로 변해버렸다.

구산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뜯기고 잘려진 산이 이제는 곳곳에 가득한 쓰레기로 썩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산을 지날 때 느낄 수 있는 신선한 공기나 산뜻한 느낌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농촌지도소를 다니다 정년퇴임 후 구산 근처에서 살고있다는 왕아무개(68)씨는 "전에는 가끔 단체로 쓰레기도 줍고 제초작업도 하던데 요새는 그런 광경도 보기 힘들다. 그래도 한때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던 산이었는데 이렇게 방치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스럽다"며 깊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구산 입구에 보면 '경고안내문'이라고 쓰인 푯말이 있다. 거기에는 '여기에 버려진 쓰레기는 종량제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불법투기한 쓰레기이므로 시에서는 수거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글귀와 불법투기자에 대한 경고 및 이를 신고했을 시 받게되는 보상에 대한 사항 등이 쓰여져 있다.

누구를 지칭한 안내이고 경고란 말인가? 극도의 무관심과 비 보호 속에 구산은 점점 그 이름마저 잃어가고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