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통역사.
간단하게 말하면 농아와 일반인들간의 의사소통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언어장애인들을 대신해 중간에서 다리역할을 하는 수화통역사는 자격증을 통해 체계화 된지 올해로 7회 째이며 필기와 실기, 두 번의 시험을 통해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2년 정도이나 사람에 따라서는 6개월에서 3년 이상까지 다양하다.

수화자체를 손동작의 암기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역시 또 다른 '제3의 언어'인지라 일상에서의 불편함 없는 활용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봉사성격을 띈 대부분의 직업들이 그러하겠지만 수화통역사 역시 아직까지는 넉넉한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수화통역사가 직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외국의 경우에 비춰 볼 때 그렇게 어둡다고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고있는 수화통역사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농아인들과 하나가 되려는 따뜻한 마음가짐과 찡그림을 모르는 밝은 생활자세라고…
-편집자주-

수화통역자격증은 운전면허증이 아니다.

말 그대로다.
기술이 가장 우선시 되는 다른 일반자격증과 비교해 수화통역자격증은 그 이전에 여러 가지를 먼저 필요로 한다.

물론 일을 수행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기초능력을 갖춰야겠지만 그것만으로 현장에 뛰어들었다가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농아인들과 같은 시선에서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진정 어린 동질감이다.

농아인들은 소리가 아닌 눈으로 보이는 것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생활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문화나 환경이 다르다.

보통사람으로서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려면 외적인 것 외에 내적인 노력이 참으로 많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수화통역사는 단순히 무엇인가 자격증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을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마음의 전령사'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수화는 세계공통어?

잘 모르는 이들은 수화는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오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화 역시 당당한 하나의 언어인지라 세계각국별로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수화를 제스츄어 정도로 잘못 해석한 일부사람들의 큰 오류라 말할 수 있겠다.
한국에도 물론 우리만의 수화가 있으며 심지어는 지역마다 사투리성(?) 수화 역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투리라기보다는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 해석되는 것으로 보는게 맞으며 어느 정도는 유동적이고 감각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하겠다.
반면 수화는 일반언어에 비해 서로간의 간격이 상당히 좁은 장점이 있다.

각 나라 별로 수화가 존재한다지만 어차피 손짓위주의 언어인지라 의사소통이 비교적 용이하다고 한다.
차별성과 다양성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그 간격이 아주 좁은 수화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지역의 현황

과거부터 농아인들을 담당하는 여러 단체들은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틀이 잡혀간 것은 지난 80년 고 김기창 화백이 한국농아인복지회를 설립하면서부터이다.

이곳저곳에 우후죽순처럼 흩어져있던 농아시설들을 하나로 묶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만원 짜리 지폐에 세종대왕의 모습을 그린 이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고 김화백은 그 자신 역시도 농아인인지라 듣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정성과 사랑이 남달랐다고 한다.

도내에는 전라북도농아인협회가 있으나 여러 가지 여건상 각 지역별로 운영되지 못하고 전주·남원 그리고 우리 김제지역의 세 곳 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화통역을 담당하는 이들은 현재 지역 내에 8명이 있다.
그 가운데 자격증소지자는 4명으로 전북농아인협회 김제시지부(지부장 이양우)에 3명, 에바다 농아인교회에 1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 인원으로 우리지역은 물론 부안, 정읍까지 뛰어다니다 보니 항상 일손이 모자르고 바쁘다.

자격증을 보유하고있는 이들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신의 생활자체를 거의 투자하다시피 해야만 되는 쉽지 않은 일인지라 직업적으로 뛰는 이들은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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