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량면의 길게 뻗은 논밭 길에 자리잡고있는 옥정마을에 들어서면 아담하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교회가 지나는 이들을 반겨준다.

금강교회.
보기에는 여느 시골교회와 비슷하지만 이곳에는 뭔가 다른 것이 숨겨져 있다.

삐이이…
작은 문을 열고 휴게실에 들어가 보니 알록달록한 천들이 사방에 널려져있는 가운데 어느 정도 형체를 갖춘 갖가지 인형들이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이며 자신만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자! 일제히 변신!"

주름살 가득한 할아버지 선교사의 구령에 맞춰 순박해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일제히 완성된 인형탈을 둘러쓰고 능숙한 동작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어느새 휴게실 안은 살아있는 인형들로 가득하다.
-편집자주-

손 인형부터 탈 인형까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다소 신기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곳을 자주 드나드는 이들에게 이런 광경은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정진학(65) 전도사에 의해 10여 년 전 처음 시작된 이후 이곳에서 인형 만드는 법을 배워간 이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쌀쌀한 날씨이건만 인형을 만드는 작업은 그칠 줄을 모른다.
가위질에 바느질까지 여념이 없는 일단의 아낙들.

정진학 전도사와 함께 금강교회를 지키면서 인형을 만들고있는 집사들이다.

처음에는 서툴렀던 손놀림이지만 이제는 어느 누구 못지 않은 인형제작 전문가들이 되었다.

"워메…말도 말아. 처음에는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 손자가 이 할미를 어려워하더니 직접 만든 인형을 가지고 같이 놀면서부터는 날 친구처럼 대한다니까"

무뚝뚝해 보이는 모습도 잠시, 양손에 인형이 들어가자 금새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돌변하는 한 오십대 아주머니.

"인형의 최대매력은 이것이지요. 가지고있는 사람은 물론 쳐다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은근히 동심의 세계로 확 빨아들인답니다. 허허헛…"

쳐다보고 있던 정진학 전도사가 인형 집을 가지고 와서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몇 명의 다른 아주머니들이 일하던 손길을 멈추고 인형집 안에 인형을 집어넣고 작은 인형극을 선보인다.

만들기만 잘할 뿐 어설프기 그지없는 모습이지만 분위기만큼은 여느 인형극 못지 않게 화기애애하다.

"나 좀 쳐다봐 줘. 나 어때?"

아무 말도 없이 구석에서 바느질을 하고있던 아주머니가 얼굴에 곰 인형을 둘러쓰고 거울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일순간에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밝은 마음을 건네는 힘.
인형의 놀라운 마법은 한참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아무라도 오세요. 가리지 않습니다.

정진학 전도사와 금강교회의 집사들이 하는 일은 인형의 제작보다는 기술보급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개인이든 단체든 배우고자하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차별도 자격도 두지 않는다.

그저 인형이 좋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이들이라면 문을 활짝 열어놓고 대환영이다.

심지어는 다른 종교까지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한다.
주로 이곳을 찾아와 기술을 배우는 이들은 주로 어린이집이나 노인정 그리고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주를 이룬다.

아무래도 인형이 직접적으로 많이 필요한 이들이기 때문이리라.

사실 인형의 용도는 구태여 어린이나 노인 쪽에 관계되지 않더라도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인형은 딱딱한 자리를 부드럽게 해주고 한층 더 친숙한 느낌을 관객들에게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이런저런 행사가 많은 연말에 인형은 훌륭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해낸다.

다소 숫기가 없는 이들도 얼굴에 동물 모양의 탈을 쓰면 엉거주춤 춤이라도 출 수 있고 또 보고있는 이들도 좀더 편한 느낌을 받는다.

처음 보는 어른들을 낯설어하는 아이들도 인형 탈을 뒤집어쓴 사람에게는 귀찮을 정도로 졸졸 따라다닌다.

현재 금강교회를 찾아와 배울 수 있는 인형은 종이·풍선·스폰지·재활용·탈 등 무척이나 다양하다.

특히 재활용인형 같은 경우는 주변에서 쓰레기로 전락할지 모르는 잡동사니들을 아이디어하나만으로 꾸며내는 기술로 아이들과 같이 만들다보면 창의력발달이라든지 인성교육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